(2) 현대차그룹
인도 전략차종 쌍트로에 적용된 공기정화 기술
문 두드리면 주인 알아보고 문 열어주는 '콕핏'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했던 아이디어를 사업화
車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등 연구 범위 다양
"엔지니어 출신인 팀원들은 전혀 다른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열공 모드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학습해 나가면서 전문가들을 만나 정보도 습득했어요.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느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경기 의왕연구소 7층에 자리한 사내스타트업팀 '마이셀'의 한 연구원은 15일 현대차그룹의 벤처 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이셀은 2015년 공모를 통해 의왕연구소에 입주하게 됐다. 마이셀이라는 이름은 버섯 균사체를 일컫는 '마이셀리움(Mycelium)'에서 따왔다. 친환경 소재인 버섯 균사를 기반으로 차량 복합재, 패브릭 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 소재는 수입 의존도가 높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존 화학소재와 차별화된다. 특히 버려진 버섯 폐기물로 또 다른 가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이셀은 기술개발을 완료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세계 무대를 상대로 경쟁해보겠다는 포부다.
마이셀 이준호 책임연구원, 민정상 연구원, 김성원 책임연구원, 사성진 책임연구원이 버섯제품을 들여다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마이셀에서 연구개발 중인 버섯 제품.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년 동안 53곳 육성…12곳은 창업 성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00년 처음으로 사내스타트업 제도를 도입한 후 마이셀을 포함, 총 53개를 육성했다. 도입 당시 사내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해 사내스타트업팀의 전신인 벤처플라자도 함께 출범했다.
현대차그룹이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직원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별도 사업화에 성공한 최소 7개 팀이 분사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혁신적 기술개발 혹은 사업화하기 좋은 아이템을 공모한다. 이후 선정된 팀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기술개발과 사업 확장을 진행한다. 현재 모두 12개 기업이 창업에 성공, 운영 중이다. 현재 분사를 준비 중인 팀도 7개가 있다. 나머지 팀들은 프로젝트 검토 혹은 연구 중인 경우다. 올해는 사내스타트업 분사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시작 이후 독립법인도 연내 20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초기 사내벤처들은 주로 수입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친환경차 등 미래지향적 기술까지 제안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내벤처에서 진행하는 연구의 범위가 과거에는 자동차 분야에 치우쳤다면 최근에는 모빌리티 서비스, 철 분말 윤활제 개발, 버섯 폐기물을 이용한 소재 개발 등 이종산업 분야의 아이템을 활용하거나 개발하는 데까지 확장됐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내스타트업은 자동차로 고객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스마트모빌리티를 주도하고자 하는 열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내스타트업 육성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 스타트업과 협업을 지속해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청년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한국,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글로벌 혁신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수 스타트업과 협업 및 공동 개발 연구를 통해 미래 핵심 분야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엠바이옴·튠잇·폴레드 독립기업으로 출범
지난해는 미래자동차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한 스타트업 3곳이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엠바이옴, 튠잇, 폴레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팀들은 그동안 현대·기아자동차 사내스타트업으로 활동해왔다. 이달부터는 기반을 갖춘 독립기업으로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업계와 관련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엠바이옴, 튠잇, 폴레드는 회사별로 3~5년의 육성·준비 기간을 거쳤다. 자동차 실내 공기질 케어, 차량 개인화 기술, 주니어 카시트 등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엠바이옴은 에어컨 냄새, 미세먼지 유입 등 차량 실내 공기질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친환경 바이오 기술과 자동차 공조 기술을 융합해 차량 내 공기정화 기능을 강화한 '에코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에코코팅 기술은 안전성평가연구소(KIT), 환경부, 인도 친환경제품평가연구소 등 국내외 관련 기관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현대차의 인도 전략차종 '쌍트로'에 적용돼 대기오염 문제가 심한 인도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엠바이옴은 미세먼지와 악취 제거 성능이 뛰어난 고효율 에어컨 필터 및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개발,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튠잇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내 편의장치를 통합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량을 마치 스마트폰처럼 자신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최적화하는 스마트 튜닝 패키지를 응용한 '차량 개인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튠잇은 지난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인텔리전트 퍼스널 콕핏'에 차량 개인화 기술과 차량 문을 두번 두드리면 탑승자를 인식해 차문을 열어주는 기능 등을 적용했다. 또 친환경차 카셰어링 업체 '제이카'의 운영차량에도 기술을 적용하는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의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폴레드는 '아빠의 마음을 담은 안전한 카시트'를 개발하고자 하는 취지로 2015년부터 자동차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경력을 가진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원들이 모여 만든 주니어 카시트 전문 브랜드다. 폴레드의 카시트는 3년여의 연구기간을 통해 지난 2018년 1월 선보였다. 벨트 꼬임을 방지하는 회전형 볼가이드 기술을 적용해 사고 발생 시 상해를 감소시킨다. 또 아이들이 편안하게 카시트 벨트를 착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아이디어 기술이 돋보인다. 국내 최초로 신생아부터 12세까지 한 번에 사용 가능한 회전형 주니어 카시트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폴레드의 카시트 제품은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 내 실증테스트 설비를 이용해 일반 카시트 인증을 뛰어넘는 자동차 개발 수준의 가혹하고 엄격한 시험을 거쳐 탄생해 국내인증(KC)뿐만 아니라 유럽(EURO-NCAP)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제로원 액셀러레이터 도전하세요
2020년 1차 스타트업 모집
현대차그룹이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 액셀러레이터'의 2020년 1차 스타트업을 공개모집한다.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는 현대차그룹 내부 현업팀과 스타트업이 협업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업팀이 직접 발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우수한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 다양한 혁신기술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개발한다. 직무 전문성을 가진 현업팀들은 스타트업과의 희망 협업 프로젝트 내용을 발제하고 선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은 현업팀과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일반적 역할을 넘어 창의적 인재들이 예술과 기술,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무는 경험으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한다.
이번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는 △뉴 오토모티브 USP 20건 △모빌리티 플랫폼 13건 △스마트팩토리 8건 △드론&로봇 5건 △마케팅 솔루션 9건 △위생 6건 등 기술 분야에 따라 6가지 테마로 나눠 총 61건의 프로젝트에 대해 모집을 진행한다. 복수지원도 가능하다. 지원신청은 오는 5월 10일까지 '제로원 액셀러레이터' 공식 메일(startup@zer01ne.zone)을 통해 하면 된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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