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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SK이노 조기패소 결정 재검토…배터리소송 영향은?(종합)

이의신청 수용 통상적 절차, '전면 재검토'는 극소수 행정부 거부권은 변수…양사 합의 시도 "아직 없어"

美 ITC, SK이노 조기패소 결정 재검토…배터리소송 영향은?(종합)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재검토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의제기 수용은 통상적인 절차여서 시장의 관심은 두 회사의 협상 여부와 시기에 쏠린다.

ITC는 17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전면(in its entirety)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ITC가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린 데 대해 불복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ITC의 재검토는 통상적인 절차로 이의신청을 거부한 전례가 없다. 위원회 위원 중 단 1명이라도 이의제기 신청을 수용하면 예비결정을 재검토한다.

ITC는 이번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며 "전면 재검토한다"고 언급했다. '전면 재검토'는 이의신청 전체의 10~15% 수준으로 사안이 그만큼 중요하고 쟁점이 많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2월 내린 조기패소 결정을 번복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ITC 통계(1996~2019년)에 따르면 영업비밀 소송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에서 뒤집어진 적은 없다.

ITC는 조기패소 결정을 재검토한 후 오는 10월5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ITC가 SK이노베이션 패소로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변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도 미국 행정부가 이에 대해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2013년 진행된 삼성과 애플의 '3G 이동통신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국제무역위원회는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해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거부권을 가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결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늘리고 싶어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이 나길 원할 수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는 물론 미국 행정부에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이 건은 결국 거부권을 가진 미 무역대표부 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어서 미국 내 영업 제한이 달가울 리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완료된 약 600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삼성과 애플 사례 단 1건에 불과하다. 공정기술 관련 거부권 행사는 전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측과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 조건과 방식 등에서 이견차를 좁히지는 것이 관건으로 협상 단계에 돌입하지는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협상을 거쳐 합의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소송전이 미국 무역대표부로 회부돼 예상보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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