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유전자 편집 등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 법한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에볼라, 코로나와 같이 새롭게 출현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여전히 힘겹다.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인류와의 전쟁 역사는 참으로 길다.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가 담긴'조선왕조실록'에는 여역(?疫), 역질(疫疾) 등 감염병과 관련된 용어가 무려 745회나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16세기 중반 선조 때는 여름에는 말라리아, 겨울에는 성홍열과 독감이 창궐했다고 한다. 허준 선생(1539-1615)은 그의 저서 '동의보감'에 국산 약재 190여종을 기록해 백성들이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왔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 감염병을 대처하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간절한 그 마음은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치료기회를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치료제·백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고강도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이하 고(Go)·신속프로그램)'을 지난 4월 13일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고(Go)·신속프로그램'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연구개발에서 제품출시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차별화된 지원체계로 다음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째, '나침반'으로서 제품화를 위한 정확한 방향 을 제시한다. 도시와는 달리, 아무도 가보지 않은 사막에서는 가야 할 방향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치료제 후보물질 탐색단계부터 과학적 자문을 제공하고, 전담'상담창구'를 개설해 허가·심사 전(全) 단계에 걸쳐 단계별 특성에 맞는 전문 컨설팅을 실시한다. 또한 치료제로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식약처 내 전담관리자(Project manager)를 지정해, 개발자들이 시행착오 없이 신속하게 제품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디딤돌'로서 개발자들의 제품화를 돕고 제품화 과정에서 만나는 규제장벽을 원활히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약품은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만큼 효과 뿐 아니라 독성, 부작용 등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요구되는 규제 수준도 높다. 식약처는 개발자들이 제품 효능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동물모델을 개발하여 공유하고, 치료제·백신 임상프로토콜 개발 등도 지원한다.또 치료제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신속히 제공하고 제품 개발과정 중 애로사항이나 궁금한 점을 즉각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제품화지원팀장과 핫라인'을 설치·운영한다.
셋째, '촉매제'로서 신속한 제품화를 지원한다. 심사 경험이 풍부한 심사자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심사팀을 구성·운영하고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플랫폼을 사용하여 개발한 백신에 대해서는 독성시험을 면제한다. 또 임상시험계획 승인 시 사람에게 이미 사용한 적이 있는 의약품은 7일 이내 신물질의 경우에도 15일 이내로 심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다른 제품에 비해 우선적으로 허가·심사절차를 진행하여 병목 현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中庸)에는 '고 지성무식 불식즉구 구즉징(故 至性無息 不息則久 久則徵)'라는 말이 있다. '쉬지 않고 정성을 다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식약처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고 계신 보건의료계, 산업계, 학계, 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효과 있고 안전한 치료제와 백신이 신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행복한 국가는 국민이 건강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로 우리 국민 모두가 일상의 삶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따뜻한 봄빛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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