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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훈 HMM 대표 "기초체력 키웠다…이젠 서비스로 승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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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훈 HMM 대표 "기초체력 키웠다…이젠 서비스로 승부할 것"
HMM 배재훈 사장이 4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HMM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옛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업계의 흐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출발한 HMM은 기초체력을 갖췄다. 이젠 한 번 해 볼만하다."
HMM이 도입한 알헤시라스호가 부산항에 기항한 지난 4월 29일 배재훈 HMM 대표이사는 서울시 율곡로 HMM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신했다. 배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명명식과 정부의 해운업 지원 정책이 외신에 비중있게 보도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에선 HMM을 경계하는 시각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HMM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본격 운항을 시작한 HMM의 알헤시라스호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3964개를 한번에 운반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이다. 기존 세계 최대 규모인 MSC사 'MIA호'에 비해 컨테이너 208개를 더 운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길이는 400m로 축구장 4배크기를 자랑한다. HMM은 오는 9월까지 알헤시라스호와 동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순차 도입해 모두 12척을 운영한다. 내년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초대형선 20척(약 42만TEU)의 인도가 완료되면 선복량이 현재 45만TEU에서 약 90만TEU로 기존보다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되며 오는 2021년말이면 선복량 보유 기준 세계 8위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배 대표는 "아시아·유럽 항로 왕복에 통상 12주가 걸리는 만큼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으로 매주 해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도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업계에선 HMM이 도입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항 시 현재 유럽항로 주력인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에 비해 운항비용이 15% 절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M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오는 2022년까지 약 110만TEU 수준으로 선복량을 확대, 세계 5위 선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는 HMM이 지난해 6월 정회원으로 가입, 이미 지난달부터 협력을 개시한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와의 협력 역시 HMM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디얼라이언스는 하팍로이드(독일), ONE(일본), 양밍(대만) 등이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배 대표는 "디얼라이언스는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 지중해, 북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중동, 홍해, 인도 등 전세계 78개 항만에 기항한다"며 "아시아·유럽노선에 투입돼 회원사들과 함께 선복을 채워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초 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은 HMM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해운·물류분석 전문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현재 전체 컨테이너선의 약 5%인 100만TEU(356척)의 선박이 운휴 중이다. 배 대표는 "과거엔 대형 글로벌 해운사들의 가격 경쟁으로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사들이 불행한 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HMM은 기초체력이 강화됐다"며 "현재 20~30% 선복 조정 중이지만 최대 올 11월 이후엔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사장은 HM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새출발'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그는 "업종에 제한을 두면 해당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 방법이 없다"며 "포항제철이 포스코로 사명을 변경, 사업을 다각화한 것처럼 HMM으로 간판을 고쳐단 우리 역시 해운업이란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HMM 서비스는 항만 운송에 그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최종 배송지인 내륙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MM은 외형 뿐 아니라 프로세스 혁신(PI)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뉴 가우스'라고 명명한 차세대 물류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배 사장은 "HMM은 작년 9월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 1단계를 완료함에 따라 PI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재무·회계(ERP) 시스템과 홈페이지 등 클라우드 전환 1단계를 시작으로 2단계에는 컨테이너와 벌크 운영을 위한 차세대 해운 물류시스템 등 전사 모든 데이터와 주요 어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전환 작업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