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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황태자 윤성환. /사진=뉴시스화상
그는 한 때 황태자로 불렸다. 입단 첫 해 56경기에 등판 4승 1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2008년부터 삼성의 붙박이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 16년간 올린 승수는 135승. 배영수(138승·두산 베어스 코치)의 은퇴로 현역 최다승 투수로 올라섰다.
그는 천생 2루수다. 포지션의 특성상 작고 재빠른 선수가 유리하다. 172㎝(실제론 더 작지 않을까)의 아담한 체격이지만 통산 120홈런을 기록할 만큼 파워도 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다. 통산 도루 수는 364개.
삼성 윤성환(39)은 프로야구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군 복무나 부상 아니고선 처음 있는 일이다. 백정현(33) 최채흥(25) 원태인(20) 등 영건들에게 밀려났다. 윤성환의 탈락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프링캠프서 연습경기로 이어지는 부진의 늪이 그만큼 깊었다.
LG 트윈스 2루수 정근우의 매끈한 2루 수비 동작. /사진=뉴시스
LG 정근우(38)는 5일 개막전서 2루수로 출전했다. 2018년 5월 31일(당시 한화) NC와의 경기 이후 705일 만에 되찾은 자리다. 정근우는 고교(부산고)와 대학(고려대) 시절 3루수를 주로 보았다. SK 입단 첫 해도 3루수였다. 이듬해부터 천직 같은 2루수를 맡으면서 펄펄 날기 시작했다.
3루수였던 입단 첫 해는 타율 0.193 홈런 0이었다. 2년 차엔 0.284 홈런 8개 도루 45개로 맹활약했다. 정근우는 그 해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최고의 2루수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잠시 유격수로 외도(?)를 했지만 정근우는 13년 내내 2루수 자리를 지켰다. 2008 베이징올림픽, 2009년 WBC, 2015 프리미어 12에서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다. 2루가 낯선 자리가 된 것은 지난 해였다. 자리 이동은 2018년에도 있었지만 2019시즌엔 아예 한 경기도 2루에 들어가지 못했다.
익숙지 않는 자리서 실력 발휘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전 해에 비해 타율(0.304→0.278) 홈런(11개→3개) 타점(57→30) 모두 뒷걸음쳤다. 실책(11개→6개)은 줄었지만 1루·외야와 2루를 직접 비교할 순 없다.
LG는 개막전서 두산을 맞으면 유난히 잘 안 풀린다. 1989년 전신인 MBC 청룡 시절 승리한 후 내리 5연패했다. 어린이날인 5일 개막경기. 3회 초 1사 후 1번 타자 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2017년 20(홈런)-20(도루)을 기록한 까다로운 타자다.
박건우는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가는 강한 타구를 날렸다. 순간 정근우가 퉁기는 듯 땅을 박차면서 다이빙 캐치로 공을 낚아냈다. 잽싸게 1루로 송구 아웃. 선발투수 차우찬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어 허경민의 2루타가 터졌다. 정근우의 호수비 아니었더라면 동점을 허용할 뻔했다.
3회 말, 2사 후 2번 타자 정근우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렸다. 1사 후 안타로 나간 이천웅의 도루 실패가 아쉬웠다. 김현수의 좌월 2점 홈런이 터져 3-0. 정근우는 어린이날 유독 강했다. 2015년과 2017년엔 각각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모두 2루수로 출전한 경기였다.
윤성환은 마지막 테스트였던 지난 달 27일 롯데와의 연습경기를 망쳤다. 3이닝 7실점. 이전 경기들도 부진했다. 황태자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올 프로야구는 변칙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윤성환이 선발 등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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