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발판 삼아 장준환 감독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이미경(미국명 미키 리) CJ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CJ는 자회사인 CJ ENM을 통해 '기생충'을 투자제작했다. 2020.02.10 /사진=뉴시스
[지구를 지켜라] 울트라 물파스로 외계인 무찌를까? /사진=fnDB
폐간된 영화 전문지 '키노' 화면 캡처본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지난 2003년, 두 편의 걸출한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한 편은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상업영화 ‘살인의 추억’이고, 다른 한편은 장준환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였다. 두 편 모두 싸이더스가 제작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했다.
‘기생충’으로 세계영화사를 새로 쓴 CJ ENM(CJ엔터테인먼트)이 이번에는 ‘지구를 지켜라’를 미국서 선보인다. 장준환 감독이 직접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연출자로 낙점됐다.
7일 미국 매체 데드라인 등에 따르면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장준환 감독이 직접 맡고,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및 제작을 지휘한다. 이미경 CJ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다.
미국 측 파트너는 '유전' '미드소마'의 아리 애스터 감독과 이 영화들을 제작한 라스 크누두센이다. HBO 드라마 '석세션'의 윌 트레이시가 각색에 참여한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기생충’의 성공으로 세계의 관객들은 큰 주제 안에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작품으로 소통하고 즐거워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장준환은 이를 표출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밝혔다.
이미경 부회장은 앞서 '기생충' 수상 이후 할리우드리포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은 정말 좋은 기회"라며 "우리는 더욱 정교한 전략을 짜고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아카데미를 위한 영화만을 만들 순 없지만, 창작자들을 전진하게 독려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었다.
■ 봉준호, 장준환 두 비상한 감독의 과거와 현재
봉준호, 장준환 감독은 1996년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을 나란히 내놓았을 때부터 영화판의 '작은'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폐간된 영화잡지 ‘키노’와 함께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1996년 3월. ‘이상한 영화의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 ‘지리멸렬’과 ‘2001년 이매진’을 각각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당시 이 잡지 기자로 일했던 ‘기생충’ 제작자인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우리의 눈은 정확했다는 그런 마음이랄까"라며 기뻐했다. "그들의 역사를 알고 꾸준히 지지했기 때문에 장준환 감독이 ‘1987’을 개봉했을 때는 제가 제작한 영화가 아님에도 뿌듯했고,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는 마치 내일처럼 기뻤다"고 했다.
'지구를 지켜라' 골수팬들도 이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에 반색했다. 홍수경 영화칼럼니스트는 SNS에 "'지구를 지켜라'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며 "현재 미국을 날카롭게 반영하는 걸작으로 부활하길 기원한다"며 관련 뉴스를 링크했다.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의 지구침공을 믿는 병구가 외계인이라고 믿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관객수는 7만여명에 그친 '비운의 걸작'으로 회자됐다.
장준환 감독은 2013년 10년 만에 두 번째 영화 ‘화이’를 개봉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2017년 ‘1987’이 700만명 이상이 들면서 흥행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