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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하는 법, 가르쳐 드립니다 [이 공연]

1인용 식탁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밥을 먹어야 해 '혼밥'이 된 걸까. 아니면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사회풍토의 영향일까. 그 이유가 어떻건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혼밥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식문화가 됐다.

두산아트센터는 매년 주제를 정해 공연, 강연, 전시를 통합한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두산인문극장 2020:푸드'의 첫 공연 '1인용 식탁'은 직장 내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신입사원 오인용(류혜린 분)이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는 내용. 윤고은의 동명 단편소설을 '가족오락관'의 이오진이 각색하고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의 이기쁨이 연출했다.

사각의 링처럼 만든 무대에 복싱 동작 등을 차용한 이 연극은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혼자서도 자신의 한끼를 즐길 줄 알게 되는 오인용의 성장을 그린다. '프로 혼밥러'가 되려면 고기집에서 혼자 식사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데, 오인용이 불판에 고기를 굽는 마지막 장면에선 진짜 고기 굽는 냄새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혼밥 문화가 일상화된 관객에겐 주인공의 비자발적 '프로 혼밥러 되기'가 시대에 뒤처진 고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미덕은 있다.

특히 서로 친분이 있는 네 여자가 한 공간에서 따로 밥을 먹는 장면은 '집단의 일원이 아닌 개인의 공존과 내 삶의 리듬을 찾는 법'에 대해 곱씹게 한다. 여전히 집단주의가 유효한 우리사회에서 이 장면은 달라진 세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연은 2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전석 무료.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