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떠나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로 진출한 김광현. /사진=뉴시스
미국의 스포츠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한국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2020시즌 성적을 예상했다. ESPN, SB네이션 등에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는 팬그래프닷컴은 꽤 신뢰할만한 매체다. 팬그래프닷컴이 예상한 2020시즌 한국프로야구 1위 팀은 키움. 다음이 두산 그리고 SK 순이다.
초반이긴 하지만 1위 키움, 4위 두산까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12일 현재 SK는 1승5패로 9위에 처져 있다. 팬그래프닷컴이 9위로 예측한 롯데는 NC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확실히 SK의 현상황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하나 떠났을 뿐인데 팀 전체가 기우뚱한 상태다.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없지만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를 새로 영입했으니 대차대조표상 손실은 없다.
정말 김광현이 빠져서 그럴까. SK는 김광현의 덕을 많이 본 팀이긴 하다. 김광현은 12년 동안 136승을 올렸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4차례나 된다. 팔꿈치 수술 이후 복귀한 2018년, 전년도 5위이던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김광현이 빠진 자리는 김태훈으로 채워졌다. 김태훈은 지난 10일 롯데전서 선발로 나와 퀄리티 피칭을 달성했다. 6이닝 2실점이니 괜찮은 결과다. 그러나 팀은 0-4로 패했다. SK가 비틀거리는 이유는 김광현 때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타격이나 불펜 쪽에 문제가 있다. 특히 SK의 장점이던 장타력은 아예 실종 수준이다. SK는 5개(이하 12일 현재)의 홈런포에 그치고 있다. 한화(4개) 덕에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지난해 3위(117개), 2018년 1위(233개)의 홈런포 위용은 어디로 갔을까. 5개 가운데 4개를 한동민 혼자서 때려냈다.
이러니 득점(22점)은 최하위에 그친다. 3번 최정, 4번 로맥, 5번 한동민으로 짜인 중심타선은 다른 팀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최정과 로맥의 홈런 합계는 1개, 타점은 2점뿐이다. 지난해 홈런 2위 로맥은 6경기째 감감무소식이다.
불펜의 흔들림도 심각한 수준이다. 마무리 하재훈부터 불안하다. 6일 한화전서 1이닝을 던져 홈런 1개 포함 2피안타, 1볼넷을 내줬다. 점수는 1점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엉망이었다.
하재훈의 강점인 빠른 공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한화 타자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6명의 타자 가운데 내야땅볼은 하나밖에 없었다. 5개 타구(1볼넷)는 모두 외야에 떨어졌다. 불펜의 핵심 요원 가운데 한 명인 서진용도 불안하다. 3경기에 나와 2⅓이닝을 던져 3실점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2013년 넥센 히어로즈를 맡아 스타 반열에 올랐다. 넥센 시절 네 시즌을 포함해 단 한 번도 가을 야구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지도력에 처음으로 의문 부호가 붙은 것은 지난해다. 8월까지 9경기차 1위를 달렸으나 2위로 내려앉았다.
염경엽 감독은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훈장을 달지 못했다. 왠지 김성근 전 감독을 연상시킨다. 김성근 전 감독은 유독 한국시리즈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SK는 2017년(당시 트레이 힐만 감독) 개막 6연패를 하고도 가을 야구에 진출했다. 염경엽 감독의 넥센은 2015년 개막 2승4패로 부진했지만 4위를 차지했다. 염경엽 매직이 필요해 보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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