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 위한 장비 분해과정서
발생하는 시간·경제적손실 커
드라이 클린 기능 통해
돈은 물론 환경도 보호
SK하이닉스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게러지를 통해 창업한 RC테크의 임태화 대표(사진)는 스스로를 '장비장이'라고 칭한다.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수적인 노후장비들을 개선한다는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사명인 RC는 '재창조(Re-Create)'와 '재활용(Re-Cycle)'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종된 외산 장비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일인 셈이다.
임 대표는 20일 "단종되거나 노후화된 디퓨전(Diffusion)-폴리(Poly) 장비의 '리인벤팅(Reinventing·재탄생)'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게 최우선 목표"라면서 "장비 개선을 통해 불화수소 사용을 줄이는 수준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소재·부품 국산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는 20년 이상 사용한 노후 장비는 기능 개선이 필요하지만 장비 업체에서 단종된 모델이라 개선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존 장비를 모두 폐기하고 새 장비를 구입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임 대표는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기존 장비에 케미컬을 이용한 세척이 필요 없는 '드라이 클린(Dry Clean)' 기능을 장착하는 것"이라며 "세척을 위해 장비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혹시라도 환경이나 사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 사용을 없애 환경적 측면에서도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C테크는 이러한 사업 추진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5000억원, 2030년까지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임 대표는 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게러지에 대해 경제적 지원과 함께 기존 소속과 업무에서 완전히 독립해 사업화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사업 준비기간 내 사업화에 실패하더라도 재입사를 보장해준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장비를 개조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도 장비를 갖고 있는 회사가 몇 군데 없어 사업 기회를 얻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하이게러지를 통해 장비를 직접 개조해보고 그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창업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이 회사와 직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회사를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부분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적극적이고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옆에서 지켜보는 훈수 두는 사람이 선수보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바둑을 잘 두고 있는지 아닌지 볼 수 있다며 사내벤처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 새로운 방향은 없는지 하이게러지를 통해 업무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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