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갤러리 서울 '벤딩 라이트'전 / 페이스갤러리서울 제공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을 사랑했던 작가들은 빛을 그들의 작품으로 가져왔다. 마치 칼로 매끈하게 잘라낸 듯한 여린 빛의 우레탄 큐브, 안료를 내부에 채워넣은 형광등의 나열 속 빛과 그림자까지도 작품이다.
1960년대 '라이트 앤드 스페이스(Light and Space)' 운동을 이끈 피터 알렉산더와 로버트 어윈,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서울 이태원 페이스갤러리 서울에 들어찼다. 이번 전시는 이 세 작가와 뉴욕에서 활동했던 미니멀리즘의 거장 댄 플래빈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기존 미술에서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며 작품의 탈물질화를 추구했다. 공업용 재료였던 우레탄과 레진, 형광등, LED 등을 작품의 세계로 끌어왔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에 빛이 흡수되거나 투과되고, 난반사되는 모습을 통해 빛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지각에 대해 탐구했다.
피터 알렉산더 'Makes Your Mouth Water'(2020년) / 페이스갤러리서울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이 각각 탐구했던 예술적 결과물이 서로의 작품을 비추는 모습을 볼 수있다. 피터 알렉산더가 지난해와 올해 만들어낸 캐스트 우레탄 조각품과 로버트 어윈의 2019년작 '불 꺼진(unlit)' 형광등이 코너를 맞대며 배치됐다. 이와 함께 제임스 터렐의 2018년 LED 설치 작품이 옆 벽면에 함께 전시됐다. 갤러리 한쪽 모서리에서는 빛을 발하는 플래빈의 1984년 형광등 설치 작품이 어우러져 각각 스스로 공간을 밝히면서 동시에 주변에 설치된 다른 작품들을 비춘다.
피터 알렉산더 'Black Purple Box'(2020sus) / 페이스갤러리서울 제공
이번 전시에서 아쉬우면서 주목할만한 것은 피터 알렉산더의 작품들이다.
지난 5일 이번 전시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그는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올해 초까지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작품이 전시돼 있어 일종의 유작전이 되어 버렸다.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살펴보아도 좋을 일이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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