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로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포스코 사내벤처 '이롭'의 이성진 대표(사진)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포스코 기술연구소에서 줄곧 연구원을 지낸 '공학도'다. 퇴직을 1년 앞둔 지난해 이 대표가 사내벤처 제도인 '포벤처스'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다.
35년간 포스코에서 근무하며 제철소 내 크고 작은 화재 사건을 접하며 '사전에 화재를 방지할 순 없을까'란 의문점을 품고 있던 그는 2017년 1월 오이타제철소 전기실 화재사건을 계기로 제철소의 화재감시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일본의 오이타제철소가 화재로 9개월 동안 조업이 중단되며 3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뉴스를 보고 대규모 사업장의 화재감시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인공지능(AI) 모바일 로봇을 활용한 화재감시 및 화재진압 솔루션 기술 개발은 2년가량이 지나 포스코 사내벤처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 대표가 제안한 기술은 기존 제철소에서 화재감시센서와 전문가 순시 화재진단, 인력 및 장비로 관리해왔던 화재관리 시스템에 AI를 도입해 미리 인지하고 감시하는 동시에 초기진압까지 대응할 수 있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제 철강소를 포함한 대다수 생산공장에서는 CCTV와 열화상카메라 정도로 화재 가능성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고정식 카메라를 움직이는 로봇에 부착해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실제품 제작에 성공한 이동식 화재감시 시스템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공장에 적용됐다. 기존 고정식이었던 카메라를 로봇과 결합해 비용도 60%가량 줄였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또 그는 고정식 열상과 열화상센서에 물을 분사하는 에어로졸을 탑재시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모바일로봇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화재감시 및 진단을 실시간으로 수행하고, 화재발생 시 위치를 인식해 자동 소화하는 기술로 24시간 화재감시를 무인으로 수행할 수 있단 것이 이 시스템의 특징입니다. 이 경우 조기에 화재를 진압해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오는 10월 창업을 위한 사내 심사를 앞두고 있다. 창업 이후 그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다수의 중소기업과 협력해 제철소를 포함한 대형 산업시설에서 주거시설까지 확대할 수 있는 화재관리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세한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관련 기술들은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제품에 도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포스코는 여러 기업의 기술을 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사내벤처 제도 지원이 없었다면 저 역시 해당 기술 개발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