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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바흐&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도전

임지영, 바흐&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도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코로나19로 비어있는 시간이 오히려 도전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대가들이 체력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 힘든 시기에 왜 전곡 연주를 고집하나 싶었는데 이른 나이에 도전해보니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달았어요."
2015년 20세에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바이올리니스 임지영(25)이 다음달 1일과 11일, 바이올린 음악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순례에 도전한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은 연주자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하는 최고의 난곡으로 흔히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라 불린다. 또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아 19세기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외젠 이자이가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 소나타는 '바이올린의 신약성서'로 통한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중림동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공연된다. "바흐가 살아있었을 때 그가 하프시코드 연주를 하고 음악을 만들고, 선보였던 장소가 바로 성당, 교회였잖아요. 그래서 그와 가장 비슷한 공간에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운이 좋게 기회가 주어졌네요."

임지영, 바흐&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도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15일 서울 사당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임지영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엄청난 분량의 바흐와 이자이의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책처럼 두꺼운 악보를 하나하나 파고들면서 하루하루 큰 배움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영은 놀라운 집중력과 대담하면서도 안정된 연주, 고도의 단련된 테크닉 등 다양한 강점을 가진 연주자다. 임지영은 "사실 바흐와 이자이의 곡은 콩쿠르를 준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곡"이라며 "저 역시 과거 콩쿠르를 준비하며 기술적으로 빈틈없이 연주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레퍼토리지만 이번에 전곡을 훑게 되면서 새삼 경외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의 음악은 구조적이고 이자이의 음악은 즉흥적이면서도 기교적이어서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깊게 들어가보니 구조의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며 "바흐와 이자이가 숨겨놓은 비밀 암호를 풀어가듯 화성의 움직임을 찾아내고 메시지를 찾아내는 데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음악가의 삶 또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임지영은 "연주를 하는 사람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또 도태되지 않도록 진취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