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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리빌딩, 시즌 포기 선언인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감독 자진사퇴하고 대행체제로
스카우트·육성 번번이 실패
서툰 구단 행정력 여실히 드러나
쇄신안 내놓겠다 공표했지만
18연패 기록 또 못깨란 법 없어

한화의 리빌딩, 시즌 포기 선언인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한화의 리빌딩, 시즌 포기 선언인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 뉴스1
한화의 리빌딩, 시즌 포기 선언인가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한화 정민철 단장. 뉴스1
한화 이글스가 14일 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개재했다. 한화구단은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 팀 정상화를 위한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5월 23일 NC와의 경기 이후 6월 12일 두산전까지 내리 18연패했다. 35년간 이어져 온 삼미 슈퍼스타즈(1985년 3월 31일~4월 29일)의 시즌 최다 연패와 타이기록이다. 구석기시대의 해묵은 기록을 끄집어낼 만큼 한화의 연패는 충격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화는 경기력 못지않게 서툰 구단 행정을 노출시켰다. 한화는 14연패 후인 지난 7일 자진사퇴라는 이름으로 한용덕 감독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최원호 2군 감독이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령탑을 맡았다.

이로써 최근 10년간 한화를 이끈 4명의 감독 가운데 3명이 시즌 도중에 물러났다. 그때마다 대행체제를 꾸렸다. 그것까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행체제로 114경기를 치르겠다는 배짱에는 동의할 수 없다. 팬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멀고 험한 바닷길에 임시 선장은 아니라고 본다.

정민철 단장-최원호 대행은 다음날 '리빌딩'을 내세워 10명의 주축 선수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 등 익숙한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그 자리에는 2군 젊은 선수들로 채워졌다.

충격요법이라면 이해가 됐다. 만에 하나 정말 리빌딩을 위한 조치라면 NO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 리빌딩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이나 시즌 종료를 남겨두고 해야 효과적이다.

시즌을 포기한 구단이 우승권의 팀에 즉시 전력을 내주고 대신 미래의 재목을 데려오는 것이 리빌딩이다. 아니면 시즌 종반 가을야구에 탈락한 팀이 2군의 유망주들을 1군에 올려 테스트를 해보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난 8일 한화가 보여준 리빌딩은 빠른 시즌 포기 선언에 불과하다.

연패 이전 한화의 타순과 리빌딩 선언 첫날 타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달 22일 한화는 선두 NC를 5-3으로 이겼다. 당시 순위는 7위. 1번 정은원, 2번 김문호, 3번 호잉, 4번 이성열, 5번 송광민. 안정적인 타순이었다. 중심타선이 좀 안 맞고 있긴 하지만.

리빌딩을 선언한 다음날인 9일 타순은 2번 박정현, 3번 최인호, 4번 노시환, 7번 이동훈, 8번 박상언, 9번 조한민. 낯선 이름이 너무 많았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지려고 작정한 채 짠 타순으로 보였다.

리빌딩에는 반드시 납득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위해 하는 리빌딩인가. 리빌딩을 하는 이유다. 다음은 타이밍. 무슨 일에도 그렇지만. 이번 한화의 리빌딩에는 이 두 가지가 다 모호하다.

한편 떠오른 생각은 '이제 와서'였다. 리빌딩을 하려면 진작 그랬어야 했다. 한화는 송은범(36·LG), 이용규(35) 두 FA를 얻기 위해 임기영(27), 한승택(26·이상 KIA) 등 A급 배터리를 포기했다. 뼈아픈 손실이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서는 5라운드 이후 지명권을 포기했다. 돈 때문이었을까. 그해 8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진흥고 포수 양의지(NC)의 계약금은 3000만원이었다.
한화가 마음먹었으면 진작 잡을 수 있었다. 한화는 2013년 FA 이용규, 정근우와 각각 총액 67억원, 70억원에 계약했다. 그 시절 한화 담당 기자의 안타까움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