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기술 패권전쟁으로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미 대선을 앞둔 올 3·4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중이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하반기에 대외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가 양국 경제전쟁의 틈새에서 대표적인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 재점화, 한국기업의 대응방안'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수 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미 대선을 앞둔 3·4분기에 가장 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1월 미·중 무역협상 관련 1차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지 않으면서 양국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미·중 갈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화되는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이 세계화 시대 모범국가였던 한국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중관계의 향방은 트럼프의 지지율과 중국의 태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3·4분기에는 더욱 격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한국 입장에서 전통 제조업은 탈중국화를, 소비재와 서비스는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급격히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17.2%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화웨이를 상대로 5G 장비 보급 차단,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와 인텔, 브로드컴 등 반도체 하드웨어 공급 차단,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 제재 등에 나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가시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화웨이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를 대신해서 우리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요청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자칫 (화웨이와의) 무리한 거래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까지 제재대상이 되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기회요인은 중국에 한국산 정보기술(IT)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한국기업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위협요인으로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일방의 기업과 관계가 깊어질 경우 경쟁 상대국으로부터 정치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비해 양국 수출의존도를 줄이는 무역다변화와 리쇼어링 지원책 확대 등 새로운 글로벌 시장 전략 수립에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석영 전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동맹국인 미국과 경제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서 무역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 아래 고도의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은 위험분산을 위해 무역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리쇼어링과 현지생산방식을 고려한 무역·투자 전략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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