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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주주 재산권 보호 취약…자진상폐 제도 보완해야"

"지배주주는 일반주주 축출을 위해 거래 타이밍 선택할 수 있어 유리"
"자진상폐 기간, 공개매수 후 1년으로 제한해야" 
"95% 이상 지분 달성은 장내 공개매수 통해서만 하도록"

"소수주주 재산권 보호 취약…자진상폐 제도 보완해야"
기업거버넌스개선워킹그룹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고양시 정)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해상충 자본거래 시 국민연금 및 주주보호'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이사,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이용우 의원, 오성근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장./사진=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장사의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수주주(일반주주)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거버넌스개선워킹그룹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고양시 정)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해상충 자본거래 시 국민연금 및 주주보호' 세미나를 개최했다.

상법상 상장사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스스로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 자발적 상장폐지는 소수주주들에 대한 공개매수를 거쳐 자진 상장폐지에 필요한 95%까지의 지분율을 확보한 후 지배주주의 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해 나머지 5%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배주주가 소수주주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주식 가격을 내재가치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다보니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 워킹그룹장인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자진상폐 규정은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과를 자르고 먼저 선택하는 절차여서 나머지 일반주주의 돈을 빼앗아 가도록 보장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거래소 내에서는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의원은 "한국 자본시장은 지배주주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했다"며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와 달리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는 위험부담을 안고 기업에 투자하지만 과실은 일부 지배주주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며 "회사가 망하면 전체 주주가 손실을 보지만 회사가 오랫동안 얻은 수익은 자발적 상폐로 일부 지배주주에게만 돌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오성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회사법상 통상적인 주총 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소수주주들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증권발행인의 대주주나 최대주주 등의 필요에 따라 상장신청 및 상장폐지가 반복돼 소수주주의 재산권이 더욱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본시장법 상의 자발적 상폐제도 운영은 전문지식에 근거한 판단이 필요해 한국거래소가 담당해왔다. 오성근 교수는 "그 결과 자발적 상폐로 인한 소수주주의 재산권 보호 문제는 방치돼왔고 증권발행사, 대주주, 경영진과 소수주주 간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봉기 대표는 "일반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외부 독립가치평가기관의 가치평가 결과가 반영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거나 미국처럼 ‘완전한 공정성의 기준’(Entire Fairness)을 도입하고 지배주주는 일반주주를 헐값에 몰아내기 위해 거래 타이밍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해 자진상폐 기간을 공개매수 후 1년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자발적 상장폐지에 관한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단히 한국거래소 규정을 개정하면 된다"며 "자진 상장폐지 신청 요건인 95% 이상 지분율 달성을 반드시 장내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매수를 하려면 합리적인 가치로 가격을 제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복잡한 기업가치 평가 없이도 상당한 보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