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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시절 에디슨 러셀. /사진=fnDB
에디슨 러셀(26·키움)은 천재다. 그러나 불량하다. 러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서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내야수 1라운드 지명은 흔치않다. 코리 시거(LA 다저스)나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같은 공·수를 두루 갖춘 천재라야 가능하다.
천재라고 모두 1차 지명을 받는 것은 아니다. 천재에도 등급이 있다. 닉 아메드(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라운드로 밀려났다. 호세 알투베(휴스턴 아스트로스)는 아예 드래프트 외로 밀려 고작 1만5000달러(18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러셀의 계약금은 262만 5000달러였다. 오클랜드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었다. 오클랜드가 1라운드서 고교 졸업생을 뽑은 것은 2001년 제레미 본더 이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러셀을 높게 평가했다.
오클랜드 스카우트들의 눈을 정확했다. 러셀은 첫 해 마이너리그서 타율 3할6푼9리를 기록했다. 55경기서 7개의 홈런을 때렸고, 45타점을 기록. 러셀은 단숨에 오클랜드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는 2014년 7월 5일 투수 제프 사마자를 포함한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이듬 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러셀의 이름을 전체 유망주 3위에 올려놓았다. 러셀은 4월 22일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러셀은 5월 2일 밀워키와의 경기서 생애 첫 홈런을 때려냈다. 2015년엔 주로 2루수로 출전. 141경기서 홈런 13개와 54타점을 기록. 타율은 2할4푼2리. 실책 수 13개로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보였다. 유격수로는 네 개밖에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
2016년은 최고의 한해였다. 유격수로 21개의 홈런과 95타점을 남겼다. 특히 만루상황서 홈런 포함 24타점을 기록. 만루에서의 타율(0.391)은 평소 타율(0.242)보다 월등 높았다. 클리블랜드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서는 만루홈런을 터트리기도. 월드시리즈 역사상 19번째 만루홈런이었다.
러셀은 2016년 유격수 골드글러브 2위를 차지했다. 22살의 러셀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 이후 최고 유격수 자리를 예약했다. 시카고 컵스로선 무려 108년 만에 맛본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러나 정상에 머문 시간은 너무 짧았다. 곧바로 내리막을 경험했다. 러셀은 22살에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다. 지터가 첫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24살. 지터는 이후 모두 14차례나 올스타에 이름을 올린데 반해 러셀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대신 이듬해부터 자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7년 12홈런 43타점에 그쳤다. 2018년에는 더 좋지 않았다. 100경기를 넘기긴 했으나 홈런 5개 38타점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전 부인에 대한 가정 폭력으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9년엔 유격수(21경기)보다 2루수(63경기)로 출전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홈런(9개)은 조금 늘었으나 타점(23개)은 줄었다. 홈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시즌 막바지엔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마침내 12월 3일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났다.
러셀은 26살로 아직 한창 나이다. 그의 천재적 재능이 폭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키움을 우승시킨 다음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면 환상적인 시나리오다. 러셀은 108년 만에 컵스에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키움이 창단 첫 우승을 하게 되면 또 하나의 신화를 쓰게 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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