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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족들에게 찾아온 또 다른 변곡점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족들에게 찾아온 또 다른 변곡점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사진=tvN

[파이낸셜뉴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정진영의 ‘진짜’ 기억이 돌아오며 가족들의 관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8회에서는 오해와 상처로 엇갈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청률 역시 뜨거운 호평 속에 상승했다.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4.7% 최고 5.7%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묻어둔 상처를 꺼내 보이기 시작한 가족들은 몰랐던 진심도 함께 마주했다. 김은주(추자현 분)는 윤태형(김태훈 분)을 향한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고백과 함께 마음 정리를 했다. 여기에 김은희(한예리 분)가 언니 김은주 출생의 비밀을 눈치챘고, 김상식(정진영 분)의 ‘진짜’ 기억이 돌아오면서 이들이 맞닥뜨릴 새로운 진실에도 궁금증을 높였다.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은 다섯 가족이 오해를 딛고 서로를 이해하게 될지 기대가 쏠린다.

김은주는 결혼 전에 자신을 찾아왔던 아빠 김상식과의 비밀을 꺼내놓았다. 이진숙(원미경 분)을 찾아간 김은주는 김상식에게서 받은 통장을 건넸다. 다친 자신을 대신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했던 딸에 대한 미안함으로 차곡차곡 쌓아왔던 돈을 건네며 마음의 빚을 갚고자 했던 김상식. 김은주는 혼자서만 졸혼을 준비하고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엄마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김은주는 자신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했던 윤태형과 엄마의 모습이 비쳐 보여, 모진 말을 했던 것.

김은주에게 평생 가족을 위해 참고 살았던 이진숙의 고된 인생은 미처 보이지 않았다. 따박따박 계산되는 김상식의 고단함과 달리,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을 홀로 곱씹으며 이진숙의 가슴은 다시 무너졌다. 자신의 삶이 고작 통장 하나보다 못하다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윤태형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김은주는 혼자 울고 있었다. 스스로 “가족을 밀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상처 가득한 김은주의 모습에 윤태형은 “다 내 탓”이라며 위로했다.

힘들어할 줄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후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김은주는 “은희만 몰랐다면 가족들 속이고 그냥 살자고 했을 것”이라고 자책하면서도 “그냥 친구로 살자”며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가족이 되는 것도, 다시 남이 되는 것도 힘든 김은주와 윤태형이었다.

서경옥(가득희 분)을 만나러 간 김은희는 전하라(배윤경 분)와 마주했다. 당황도 잠시, 내색하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김은희는 제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임건주(신동욱 분)까지 맞닥뜨렸다. 이미 김은희와 임건주의 사이를 알고 있었던 전하라가 만든 자리였다.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온 김은희는 걸려오는 임건주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전하라의 목소리였다. 이별 문제로 다투는 임건주와 전하라 사이에서 김은희는 괴로워했다.

한편, 부모님의 성화에 선까지 보고 온 박찬혁(김지석 분)은 김은희를 걸고넘어지는 윤서영(신혜정 분)과의 대화 도중 “아무것도 모르니까 좋아했다”는 지나간 마음이 툭 튀어나왔다. 박찬혁을 향한 두근거림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며,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왔던 김은희처럼 박찬혁도 마찬가지였던 것. 제 마음의 소리를 묻어둔 김은희는 잃고 싶지 않은 박찬혁과의 관계를 ‘진짜 친구’로 정의했다. 자신에게 각인이라도 시키듯 “나 너랑 진짜 친구 할 거다. 완전 친구”라는 김은희.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변화하고 있었다.

서로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친구가 되고자 했던 김은주와 윤태형은 아직 후폭풍을 견디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아들 걱정보다 위자료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런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김은주를 선택했다는 시어머니. 김은주는 자신을 ‘형편없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현명하고 소박한 아이’로 바라봤던 그의 마음을 읽어냈다.

김은주를 상처 입히는 엄마의 태도에 화가 난 윤태형은 “내가 더 안 해요. 그러니깐 포기하세요”라며 선을 그었다. 첫 만남의 순간을 떠올리던 김은주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윤태형을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당신은 내가 부담스러워진 거야.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라는 김은주의 말은 차마 닿지 못한 가장 슬프고 쓸쓸한 고백이었다.

집을 나온 김상식은 이진숙의 전화도 피했다. 인생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배려였지만, 결국 이진숙이 김상식의 일터로 찾아왔다. 이진숙은 김은주에게 줬다던 통장 이야기를 꺼냈지만, 김상식이 알 리가 없었다. 기억이 돌아왔다는 김상식의 말은 거짓이었던 것. 집으로 돌아온 이진숙을 기다리고 있는 건 김은희였다. 엄마의 책 사이에서 김은주의 결혼사진을 본 김은희는 “언니 팔삭둥이야?”라고 물었다. 머릿속에서 이미 결론 난 진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이진숙은 어떤 답도 해주지 못했다.

이진숙을 바래다주고 되돌아가던 길, 김상식은 일기를 다시 꺼냈다. 한 달에 50만 원씩 모아 김은주에게 준 통장 이야기도 있었다. 선명하지 않은 머릿속에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한테는 가족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괴로워하던 김상식에게 섬광처럼 기억이 떠올랐다. 김은주의 결혼식에 그의 친아버지가 찾아왔었던 것. 긴 이명과 함께 사고를 당한 순간도 떠올랐다. “나 돌아왔구나” 짧았던 시간 여행을 마치고 김상식의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다.

다섯 가족에게 변곡점이 찾아왔다. 비밀들이 한 겹씩 벗겨지면서 엇갈린 기억, 오해로 빚어진 상처까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표현하지 않기에 기억 너머의 상처까지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았다. 가족들의 엇갈린 감정은 현실적이면서도 가슴 먹먹함을 안겼다. 가장 노릇을 하며 힘겨운 20대를 보내야 했던 김은주는 엄마 이진숙을 향해 섭섭함과 원망을 털어놓았지만, 엄마의 외로움이나 진심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다.

김은주와 김은희의 엇갈린 기억처럼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기억’이었다.
이제 김상식의 기억이 ‘진짜’ 현실로 돌아왔다. 김은주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을 비롯해 이 가족이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다.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이들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새롭게 열릴 2막에 궁금증이 커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