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이중과세로 증세 꼼수… 폐지" "개인 투자자에 안전핀… 유지" [ 다시 불 붙은 '증권거래세 폐지' 논쟁]

"단계적 인하… 로드맵 구축" 주장도

금융투자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증권거래세 폐지' 논쟁에 불이 붙었다.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 상장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면 사실상 '이중과세'라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세수 부족, 국내 자본시장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존폐 여부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 금투업계,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에서 이견이 나온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2000만원을 초과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고, 증권거래세율은 현행 0.25%에서 0.15%로 낮추기로 했다.

정치권은 여야 모두 이중과세라며 증권거래세 폐지 관련 법안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동수 의원은 증권거래세 전면 폐지, 주식양도세로 일원화를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도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중과세로, 사실상 증세를 위한 꼼수"라며 관련 법안 제출을 예고했다.

전문가들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강희주 증권법학회 회장은 "양도소득세를 물리면서 증권거래세를 내라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우리 조세제도가 따라가는 미국의 경우 종합소득세처럼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면서 유리한 부분만 끌어온 것으로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는 조세원칙인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당초 도입 취지도 무색해져 유지할 명분을 찾기 힘들다"며 "올해는 예외적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이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계속 유동성이 축소되는 상황이고, 시장유동성을 줄이는 요인 중 하나인 증권거래세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세 폐지에는 공감하지만 단계적 인하를 거치는 연착륙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간 6조원의 세금이 걷히는 증권거래세를 단박에 폐지한다면 세수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세수를 관리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그만큼 새로운 세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며 "일본도 주식양도세가 자리잡을 때까지 10년 가까이 증권거래세를 유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주식양도세만으로 세수 감소분을 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장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증권거래세에 대한 폐지 로드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합리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내 주식시장 자체가 개인에 불리하게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최소한의 '안전핀' 역할을 하는 증권거래세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증시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외국인에겐 주식양도세 부과가 불가능하기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정의정 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거래세가 없으면 기관과 외국인에 의해 어마어마한 단타거래가 일어나고, 장기투자는 실종될 위험이 있다"며 "개인은 일시적으로 이익을 얻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세가 없는 주식시장에서 승자는 기관과 외국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