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7일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9회초 롯데 정훈이 좌월 솔로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흐름은 분명 롯데 쪽이었다. 8회 초 정훈(33)의 추격 솔로포, 9회 안치홍(30)의 동점 솔로포가 터졌을 때 ‘롯데가 이기겠구나’ 예감했다. 이후에도 롯데는 두 차례 승리의 단감을 입에 넣었다 도로 뱉었다.
연장 11회 초 롯데는 김준태의 우전안타로 5-4로 앞섰다. 2사후 적시타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1이닝만 지키면 됐다. 그런데 동점. 12회 초 롯데는 허일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앞섰다.
이번엔 끝났겠지 싶었는데 한화 오선진에게 끝내기 투런을 맞고 주저앉았다. 롯데는 질 수 없는 경기를 졌다. 최근 6연속 ‘루징시리즈(1승 2패)’를 경험하고 있는 롯데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7일 롯데와 한화의 대전 경기를 좀 더 들여다본다.
그래도 칭찬 먼저 해보자. 롯데가 2-4로 뒤진 8회 초. 2사 후 안치홍이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는 김종수. 볼카운트 2-2에서 위협적인 몸 쪽 빠른 공이 왔다. 안치홍이 간신히 피할 정도. 이다음 공은 대개 슬라이더다.
몸 쪽 위협구에 긴장한 타자는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공에 당하기 십상이다. 안치홍이 파울을 걷어냈다. 상대는 던질 곳이 없어진다. 볼넷을 피하려고 직구 승부를 하다 꽝. 슬슬 롯데의 승리가 점쳐졌다. 흐름상으론 그렇다.
몸 쪽 위협구를 피하고 있는 롯데 안치홍. /사진=뉴스 1
9회 초 정훈의 타석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화 투수 박상원이 초구에 몸 쪽 위협구를 던졌다. 뒤로 벌렁 누울 만큼 바짝 붙어온 공이었다. 한 번 그러고 나면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특히 나이든 선수일수록. 박상원이 카운트를 잡으려고 던진 직구를 꽝.
이 경기를 보면서 ‘롯데 타자들이 야구를 아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럼 무얼 하나. 이기지를 못하는데. 롯데의 문제점은 타격과 수비, 투수력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데 있다. 기껏 벌어놓으면 쉽게 까먹는다. 어느 날엔 무더기로 투수를 투입하고도 진다. 어느 날엔 아끼다가 또 진다.
롯데는 지난 해 114개의 실책을 범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실책 수 1위였다. 올 시즌엔 7일 현재 27개로 NC와 함께 최소 공동 1위다. 일등공신은 새로 영입한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다.
마차도는 6일까지 롯데의 51경기서 단 한 개의 실책 밖에 범하지 않았다. 두 개째가 하필 7일 한화전서 나왔다. 실책은 실점과 연결됐다. 3회 말 선두 타자 볼넷 다음 이용규의 유격수 땅볼을 2루에 악송구했다. 이 바람에 2점을 허용했다. 일껏 3회 초 1-1 동점을 만들어 놓았는데.
롯데 허문회 감독은 4-4 동점이던 10회 말 마무리 김원중 카드를 빼들었다. 김원중은 1이닝을 잘 막았다. 그리고 11회 초 한 점을 얻어냈으니 그대로 끝나면 ‘신의 한 수’로 남을 뻔했다. 그러나 다음 투수 진명호가 또 동점을 허용했다. 박진형(1승 2패 7홀드)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롯데는 6월까지 5할 승률(23승 23패)을 유지했다. 그러나 7월 들어 1승 5패로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원인은 투·타·수비 세 파트의 부조화다.
한 쪽이 되면 다른 한 쪽이 무너진다. 7일 경기서는 14개의 안타를 때리고도 패했다. 팀 타율 공동 5위(0.271) 평균자책점 5위(4.69) 최소 실책 1위를 하고도 하위권에 맴돌고 있으면 곤란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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