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항공업계 구조개편이 블랙홀에 빠졌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된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M&A 역시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거래가 무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향후 항공업계 구조개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는 사실상 불발로 끝났다.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SPA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총 68대의 항공기를 확보하고 국제선 점유율을 19.5%까지 높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던 제주항공의 청사진도 없던 일이 됐다.
문제는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도 이스타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거래를 마무리하자고 내용증명을 보낸 데 이어 한달 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를 통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뉴스1 자료사진)© News1 신웅수 기자 /사진=뉴스1
실제 제주항공도 지난 1일 이스타홀딩스 측에 15일까지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HDC-미래에셋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를 종결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 매각 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불거진 항공업계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628만4016명에 달했던 올해 1월 인천공항 이용객은 5월 13만7924명까지 급감했다. 6월 들어 18만2523명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1~2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 순손실이 10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내부에선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밀고 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팽배했다"며 "2011년말 이미 자본전액잠식에 빠졌을 정도 재무상황이 좋지 않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건 '독약처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항공업계 구조개편에 따른 진통이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항공사들이 예정대로 취항에 나선다면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쟁구도가 더욱 심화하면서 절벽 끝까지 내몰리는 항공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대로 간다면 당장 올 하반기 이스타항공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며 "M&A가 성사돼 구조개편이 충격없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지금처럼 여의치 않을 경우 세계 여러 국가 항공사들이 파산했던 것처럼 우리 항공업계에도 파산신청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국 항공사들의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당장 이달에만 지난 1일 멕시코 제2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지난 14일 브라질 4위 항공사인 아비앙카 브라질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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