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을 하다보면 모든 것을 혼자하는 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 중 누가 일을 더 오래, 잘 할 수 있을까?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후자가 더 오래 일을 잘 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처럼 일을 하면 흔히 말하는 번아웃 현상이 나타난다. 일을 하다 스스로 지쳐 포기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변화가 빠른 시기에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에는 전통적인 사업에 IT 디바이스를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IT 디바이스를 직접 개발한다면 잘 추진될까. 해당 사업의 본질이 IT가 아닌 이상 그 사업은 기업 내부에서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삼성 같은 업체랑 제휴해 스마트 패드 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한다.
지금은 내부 관점에서만 생각해서는 변화의 물결을 넘기 어렵다.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즉 인사이드가 아닌 아웃사이드로의 관점 이동이 필요하다. 헨리 체스브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말했다. 과거에는 지식이 독점되었지만 점점 독점이 완화되고 있어 기업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개방형 혁신의 대표 주자가 바로 피앤지다. 피앤지는 2000년 C&D(Connect & Develop) 개념을 도입해 외부협력을 통해 제품 개발 기간 단축 및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다. 오랄비 전동 칫솔 펄소닉은 C&D를 통해 일본에서 협력사를 발굴해 개발 기반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켰다. 팬틴 네츄럴 케어 샴푸의 친환경 포장재 또한 C&D 사례다. 이 포장재는 브라질 화학기업 브라스켐과 협업을 통해 사탕수수에서 고밀도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만들어 재활용이 가능하게 했다. 피앤지는 지금도 C&D 사이트를 통해 조직 내 제품 개발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개방을 통한 혁신 사례는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위메이크란 플랫폼은 기업의 과제와 아이디어, 기술을 가진 개인을 연결시켜준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의 사업화, 보유 기술의 활용 방안, 신규 아이디어 창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제를 제시하면 개인이 과제 해결방법을 제시해 기업과 함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아사히, 교세라, 도코모 등 다수의 일본 대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이 플랫폼에 ‘가치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미래 솔루션’이란 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수 많은 아이디어가 접수됐는데 그 중 아이디어의 발상을 지원하는 퍼실리테이션 커뮤니케이터 로봇 록스ROX라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이 제품은 2016년 도쿄에서 열린 메이크 페어에서 전시되었다. 록스는 아이디어 회의록을 스캔해서 저장해주고 유사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말해준다. 또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아디이어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만으로는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 제품수명주기가 단축되고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시로 발생해서다. 이런 때 우리는 개방을 통해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기 위한 모방 전략도 필요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비평가인 장 뤼크 고다르는 “무언가를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로 데려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퓨처인사이트컨설팅 대표 박경수
정리=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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