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4관왕 vs 타자 7관왕
구창모, 시즌 9승 다승 공동선두
로하스, 타격 전부문 상위권 유지
NC 다이노스 구창모. 뉴스1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뉴스1
5월 MVP(4승 무패 평균자책점 0.51) 대 6월 MVP(3할4푼7리 홈런 11개). 투수 4관왕 대 타격 7관왕. 프로야구 2020시즌 최고의 투수와 최고의 타자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나. 만약 지금 당신의 손에 MVP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문자 그대로 모순(矛盾)이다. 모든 것을 뚫는 창과 그것을 막아내는 방패의 대결.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떠오른 구창모(23·NC)와 역대 용병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30·kt)가 MVP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만 뽑으라니 문제다. 두 투·타자의 손을 한꺼번에 들어줄 수도 없고. 도저히 경중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팽해서다. 한 쪽은 투수, 다른 한 쪽은 타자여서 더 어렵다. 타율과 홈런, 다승과 평균자책점이면 오히려 쉽겠다.
7월 들어서도 이들의 표면 온도는 냉각되지 않고 있다. 구창모는 3경기에 나서 3승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3경기 모두 7이닝씩을 던져 삼진만 27개 빼앗았다. 21이닝 3실점. 허용한 볼넷은 3개뿐이다.로하스는 7월 4할대 타율(0.419)을 회복했다. 20일 현재 홈런 5개 15타점을 기록. 타율은 MVP를 획득한 6월보다 월등히 높다. 상대 투수들의 극심한 경계 속에 이루어진 성적이어서 더 놀랍다.
구창모는 18일 kt전서 7이닝 무실점으로 9승째를 따냈다. 알칸타라(두산), 요키시(키움) 등과 함께 다승 공동 1위. 외국인 투수들 틈에 유일하게 국내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평균자책점(1.35)은 단독 1위. 요키시(1.62), 스트레일리(롯데 2.03)보다 서너걸음 앞서 있다. 탈삼진 부문서는 스트레일리(89개)와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20일 현재 구창모(92개)가 3개차로 리드하고 있다. 승률은 100%이니 당연한 1위.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 10승 고지에 오른 구창모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 투수로 성장했다. 다양한 구질을 완벽하게 던지는 완성된 투수로 거듭났다. 포수 양의지의 도움이 컸다는 평가. 양의지와는 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처음 짝을 이룬 지난해 구창모는 10승 투수로 도약했다. 그 이전 최다승은 2017년의 7승(10패). 이때 만해도 5점대 평균자책점(5.32)으로 불안했다. 2018년(5승11패)에도 평균자책점(5.35)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양의지를 만나 10승은 물론 평균자책점도 3.20으로 낮췄다. 최고 투수로의 맛보기를 보여준 셈. 올들어서는 12경기서 80이닝을 소화할 만큼 이닝이터 모습까지 갖췄다. 12번의 등판 가운데 퀄리티스타트를 놓친 경기는 단 한 번 뿐이다. 구창모는 투구 시 공을 끝까지 감추고 던지는 독특한 폼으로 자신의 스피드 이상의 효과적인 투구를 한다.
로하스는 타율(0.387), 타점(60개), 홈런(22개), 장타율(0.730), 득점(58점)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최다안타(99개)는 공동 1위. 출루율(0.440)은 페르난데스(두산 0.441)에 이어 2위다. 이런 추세면 2010년 이대호(롯데) 이후 처음으로 타격 7관왕까지 가능하다.
투수 4관왕과 타자 7관왕. 만약 꿈의 기록이 이대로 현실이 되면 누구를 MVP롤 뽑아야 하나. 머리에 쥐가 날지도 모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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