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들어오실 때 신분증 제시하신 분 없죠?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는데 드디어 국민에 개방이 됩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6가 22-1.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지정되는 '용산공원'의 한 켠인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가 21일 민간에 개방됐다. 총 291만㎡으로 조성될 용산공원의 2%도 채 안되는 5만㎡의 작은 부지지만 의미는 크다. 114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땅이다.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민간공동위원장을 맡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용산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만초천"이라면서 "남산에서 자연상태로 보존된 계곡 물줄기가 만초천을 흘러 원효로로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유 공동위원장은 그러면서 "용산공원은 자연상태 그대로 한국의 센트럴파크로 남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용산공원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활용했다. 전체 18개 동 중 5개 동은 전시공간, 오픈하우스, 자료실, 토론공간, 카페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시공간에는 용산기지 내부 모형이 전시돼 본격적인 용산공원 조성 전에 국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용산공원의 모습을 논의할 수 있다. 또 미군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픈하우스도 마련됐다.
정부는 서울 서빙고동 일대 미군 장교 숙소 개방을 시작으로 용산 미군기지를 '한국판 센트럴파크'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 위원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원부지 개방 행사를 진행하고, 용산기지 동남쪽에 위치한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를 8월 1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미군 장교 숙소 5단지는 약 5만㎡ 부지에 129가구(16동)가 모여살던 곳이다. 1986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에 LH가 미군장교 임대주택을 건설한 후 지난해까지 임대 운영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소유권을 확보한 후 국민개방을 위해 전체 18개 동 중 5개 동을 전시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정부는 제2회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열어 한강-남산 녹지축 확보를 위해 경찰청 시설 예정부지를 용산공원 조성지구 내로 편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전쟁기념관, 군인아파트 등을 포함해 공원 경계를 약 50만㎡를 추가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용산 국가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도 이날 공개됐다. 네덜란드 조경 회사 West8과 승효상 대표의 이로재, 동일기술공사가 6년 간의 설계과정을 거쳐 '치유: 미래의 공원' 안을 제시했다. 894동에 이르는 기존 건축물 중 81동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체해 녹지화율 9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5단지 내 잔여 건물 13개동에 대해서도 아이디어 공모 등 의견수렴을 거쳐 리모델링 공사 후 내년 상반기 중 개방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남은 13개동은 유스호스텔로 지어 배낭여행을 하는 청소년들이나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부는 국민 참여기반을 확대한 후 국민 참여단 논의를 거쳐 내년 말까지 조성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이번 부지개방은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던 용산 기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용산기지를 평화의지와 미래를 담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참여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에서 열린 ‘함께 그리는 용산공원 부분개방 행사’에서 단지를 산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두번째)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에서 열린 ‘함께 그리는 용산공원 부분개방 행사’에서 유홍준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민간공동위원장으로부터 용산공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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