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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인디뮤지션? 어느 순간 둘다 본캐가 됐습니다 [Weekend 문화]

아마도이자람밴드 보컬 이자람 
혼자보다 밴드 통해 배우는게 더 많아
5개월만의 공연, 존재의 이유 다시 느껴
이달말 '나와 타인의 한중간' 주제로 무대
9월 내놓을 싱글 앨범 중 한 곡도 공개

국악인? 인디뮤지션? 어느 순간 둘다 본캐가 됐습니다 [Weekend 문화]
이자람 / 사진=마포문화재단

판소리, 연출, 극본, 연기, 작창, 작곡, 작사, 음악감독 등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티스트 이자람(41)이 오는 31일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로 서울 마포문화센터 플레이맥 무대에 선다. 지난 2005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하고 묘한 음악을 선보이는 포크록 밴드를 지향하며 결성된 이 팀에서 그는 보컬과 기타, 신디사이저를 연주한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멈춰버린 듯한 대중음악 무대를 이어가자는 취지에 동감해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0일 만난 이자람은 "코로나로 최근에 공연이 취소된 적도 많았다. 한동안 내가 하는 행위는 세상에 쓸모가 있는가 질문하며 괴로워 하다 지난달 5개월만에 홍대에서 공연을 한번 했는데 내 존재의 이유를 다시 느꼈다"며 "이번 공연도 5월로 예정됐다가 다시 하게 됐는데 관객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어서 정말 잘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당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였던 이민기 등과 함께 4인조 밴드로 시작한 아마도이자람밴드는 2009년 첫 EP인 '슬픈 노래' 발매 이후 2013년 정규 1집 '데뷰'를 내고 이후 8개의 싱글을 비롯해 지난해 4월 정규 2집 '페이스' 등을 발매하는 등 꾸준히 활동해왔다. 이자람은 "우리는 아직도 완전 인디"라며 "인디의 개념이 무엇인지 논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메이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밴드 활동을 꾸준히 해올 수 있는 동력은 결국 '좋아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며 "그래도 다른 직업을 갖고 밴드 활동을 해서 그런지 가끔씩 피드백이 없을 때의 상실감이나 좌절도 이겨나가면서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그에게 있어 국악인이라는 타이틀만큼 인디 뮤지션으로서의 타이틀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치 배우처럼 각각의 캐릭터에 따라 그 순간을 집중해 산다고 했다. 그렇기에 지금은 판소리를 하는 사람보다 인디 뮤지션으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이자람은 "본캐(본캐릭터)가 판소리고 부캐(부캐릭터)가 밴드 멤버였던 세월은 이미 지나갔다. 어느 순간 둘 다 본캐가 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밴드에게 실례를 하는 셈이다"라며 "요새는 건반과 로직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드는데 온갖 노동과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음악의 장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오히려 장르를 왔다갔다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그는 "밴드의 경우 지난해 2집을 내면서 계속 음악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혼자 음악을 할 때보다 밴드를 통해 서로 배우고 얻는 게 많기에 인생을 통틀어 계속하고 싶다"며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연습실의 월세를 밴드 활동을 통해 잘 벌어서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이자람밴드에서 이자람은 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의 역할 또한 맡고 있다. 어느 특정한 시점보다 온사방을 통해 영감을 받는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녹음기에 무언가를 녹음해 부모님께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면서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하지만 과거의 것들에서 영감을 찾진 않는다. 곡을 쓰는 그 순간의 시점에서 작사를 한다. 마치 낚시를 하듯 그 순간에 걸리는 생생한 가사를 갖고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31일 공연의 주제는 '나와 타인의 한중간'이다. 이자람은 "주제를 맨처음 정해달라 했을 때 그냥 팝업처럼 떠오른 단어가 '한중간'이었다"며 "코로나 시즌에 부서져버린 과거와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한 중간에 내가 있었다. 긴 방학과 같은 시간 속에 여름의 한중간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됨을 의미한다. 공간보다는 감각, 정서적인 한중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새롭게 준비한 곡도 발표된다. "9월에 발매할 싱글 곡을 미리 선보이는데 1960년대 활동했던 '이시스터즈'라는 팀의 '오해하지마세요'라는 곡을 편곡해 선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후에는 오는 9월을 목표로 '오해하지마세요'와 함께 최근 젠더 이슈를 다룬 곡 등 총 2곡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것들이 잘 만들어진다면 이 코로나 시기를 잘 마무리하고 감사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