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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는 KIA 맷 윌리엄스 감독. /사진=뉴시스화상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선동열 감독은 KIA의 전설이다. 선수시절 146승 132세이브를 기록했다. 세 차례 0점대 평균자책점(규정 이닝 미달은 제외)은 전설 속의 전설이다. 11년 선수 시절 동안 6차례나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3년 간 KIA 감독 시절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167승 9무 213패로 패수가 승수보다 많았다. 성적도 5위-8위-8위였다. 그래서일까. 선동열 감독은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시구자로 나서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침 이날 KIA는 삼성을 8-2로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KIA의 호조다. KIA의 레전드로서 마음이야 응원을 하겠지만 전임 감독으로서 착잡한 심정은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KIA는 지난 해 7위를 차지했다. 당초 올 시즌 전망도 밝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의외로 선전했다. 5월을 5할 승률(12승 12패)로 보내며 공동 4위에 턱걸이 했다.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얘기가 흘러나왔다.
6월에는 5위로 조금 쳐졌지만 승률(0.571)은 도리어 높아졌다. 패수보다 승수가 3차례나 많았다. 7월엔 더 좋아졌다. 26일 현재 13승 8패로 7월 승률 0.619. 순위도 키움을 제치고 3위로 도약했다.
KIA 엔진은 고출력이다. 남들이 시속 100㎞를 달리는 도로 위에서 혼자 아우토반을 질주 중이다. KIA가 왜 이렇게 좋아졌을까. 외국인 원투펀치(애런 브룩스-드류 가뇽)의 건재,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만료를 앞둔 최형우의 분발, 문경찬-전상현-박준표로 짜인 이른바 ‘필승조’의 활약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국인 감독 맷 윌리엄스(55)의 소통 리더십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윌리엄스 감독은 겉보기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외모를 지녔다. 그러나 KIA 선수단에서 흘러나오는 전언에 따르면 선수들이 그의 방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만큼 친화력을 보이고 있다.
25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시구자로 나선 선동열 전 감독. /사진=뉴스1화상
선수들이 특별한 용무 없이도 빼곡 인사를 나누거나 스스럼없이 들어갈 만큼 감독의 방은 열려 있다.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에겐 이런 살가움이 부족하다. 야구계에는 엄연히 선후배 관계가 있다.
특히 KIA의 전신인 해태는 군기가 엄하기로 소문났다. 해태시절 알게 모르게 팀 내 구타가 있었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다. 당시 김응용 감독은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하늘같은 존재였다.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분위기를 다잡을 일이 있으면 주먹으로 벽을 내리친다든가, 욕설도 심심찮게 날렸다.
요즘 국내 감독들에게 그런 일은 전설로만 남아 있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선수들은 감독이 어렵다. 반면 외국인 감독들과는 편하다. 선수 위의 감독이라는 위계가 아니라 선수와 감독이라는 대등한 관계로 만날 수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프로야구 외국인 감독들은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제리 로이스터(2008-2010) 전 롯데 감독은 3년 연속 팀을 가을 야구 무대에 올려놓았다.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은 최초의 외국인 우승 감독이다. 최근 KIA의 행보를 보면 지난 해 두산이 생각난다. 윌리엄스 감독이 두 번째 외국인 우승 감독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은 너무 이른 건가.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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