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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에스앤에스텍 등 소부장 업체 투자 단행…배경은?

삼성전자, 에스앤에스텍 등 소부장 업체 투자 단행…배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삼성전자가 에스앤에스텍, 와이아이케이 등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로 중요성이 부각된 소부장 생태계 강화와 협력 관계 증대,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등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앤에스텍은 31일 삼성전자에 659억3300만원(171만6116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액면가액은 500원으로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 246억4600만원, 시설자금 215억1000만원, 채무상환자금 197억7800만원 등에 쓰인다. 발행되는 주식은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8.7%다. 납입일은 8월 14일, 상장예정일은 8월 31일이다.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와이아이케이도 이날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473억350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발행가액은 4930원이며 신주로 보통주 960만1617주가 발행된다. 납입일은 오는 8월 14일, 신주상장 예정일은 9월 4일이다.

에스앤에스텍은 삼성전자를 제3자배정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반도체 노광공정의 핵심소재인 블랭크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이사회에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와이아이케이 역시 "경영상 목적 달성과 투자자의 의향, 납입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협력사 투자를 단행한 것은 2017년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 투자 이후 3년 만이다. 3년 만에 투자가 진행된 것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부장 분야를 육성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활력을 넣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기존 3개 이외에 추가로 공장 2~3개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선행적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에스앤에스텍의 경우 반도체용 마스크에 회로를 새기기 전 상태인 '블랭크 마스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일본이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양사가 공급물량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았다면 시설자금 투자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긴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공정이 미세화 되고, 비메모리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이 되면서 블랭크 마스크의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에스앤에스텍은 지난달 12일에도 약 100억원 규모의 EUV용 블랭크마스크 및 펠리클 기술개발과 양산을 위한 신규장비투자를 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EUV(극자외선) 핵심 소재 개발과 양산에도 나섰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 사례가 없는 EUV용 펠리클(마스크 보호 덮개) 제품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아이케이도 자회사인 반도체 웨이퍼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브 카드용 세라믹 기판 제조사를 가지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소부장 업체들 역시 이번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로 확실한 동맹관계를 구축해 연구개발, 시설투자 등 공격적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 국산화’ 움직임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소부장 업체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스앤에스텍의 경우 4거래일 동안 올랐다가 이날 삼성전자 투자 소식으로 오전 한때 주당 5만1000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오후 들어 차익실현을 하는 물량이 나오면서 다소 주가가 내려갔다.

한편 이번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해온 '상생'과 '동행' 철학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에 오른 배경에는 협력사들의 지원이 결정적이며, 이른바 'K칩 시대'를 열기 위해선 건전한 협력관계를 이어가는 게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반도체사업부 사장단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