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ARM 차이나가 중국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 중 직원 서명의 일부분
[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가 세계 1위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중국법인을 사실상 국유화하고 기술 탈취로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관련기사 6면
4일 중국 현지 언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ARM 영국 본사는 중국 법인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우를 해고하는 인사 조치를 했지만 ARM 차이나는 이에 불복, 독자 경영을 발표했다. 일종의 쿠데타로, ARM 차이나는 현재까지 앨런 우가 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본사는 해고 사유로 앨런 우가 중국 직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RM 차이나는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본사의 결정은 무효라고 맞섰다. 급기야 ARM 차이나는 지난달 말께 이 같은 내용의 공개서한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고 독립을 공식화했다. 200여명의 ARM 차이나 직원들이 이 서한에 직접 서명했다.
ARM 차이나측은 "회사가 비상하려는 때 사장 해임 사건이 발생했다"며 "본사는 사장을 제거하기를 원했지만 회사의 일부 투자자들은 이사회 결의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본사는 최근 고객사에 기존 계약에 대한 수정 또는 취소를 통보하면서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산업에서 ARM의 명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합작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을 벗어나기를 바란다. ARM 차이나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도체가 굴기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인사 명령을 거부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충격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현지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면서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놓고있다. 현지 공장마다 지배구조 차이가 있으나 국내 업체들은 중국 측에서 지분 투자를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상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반도체설계자산(IP) 기업으로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IP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퀄컴, 엔비디아, 삼성전자 AP에도 모두 ARM의 IP가 사용된다. ARM 차이나는 2018년 중국 선전에 설립된 ARM의 자회사로 중국 측이 51%, 외국계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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