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분야의 세금 낭비를 막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출연을 받은 기관에 대해선 국유특허 대리인비용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하도록 추진하겠다."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사진)은 4일 "막대한 정부 자금이 들어가는 R&D 사업의 결과물은 결국 특허인데 엉터리 특허가 넘치고 있다"며 "국유특허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해 부실 특허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산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근본적인 R&D 투자 구조 개혁을 통해 혈세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국유특허 대리인비용 가이드라인은 산업재산권 출원, 심판, 소송 등을 수임한 변리사, 특허법인 등 대리인에게 지급할 보수를 규정하고 있다. 특허의 경우 140만원, 실용신안 110만원, 디자인 36만원 등이 기준이다. 사안의 성격과 내용 및 출원 수행을 위해 필요한 노력, 국가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이 인정되는 경우 착수금의 50% 범위 내에서 상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지식재산서비스시장은 저품질·박리다매식 수주가 고착화돼 서비스 품질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특허출원 1건당 대리인 비용을 보면 미국이 891만원, 일본이 331만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규모와 무효율을 따져봤을때 우리나라는 부실특허로 인해 연간 약 2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리가 축소된 유명무실한 특허가 양산되거나 특허무효소송 등 분쟁위험 증가로 산업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연구에 정작 특허 대리인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잘해야 100만원에 불과한데 이런 환경에선 현실적으로 질 좋은 특허가 만들어지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홍 회장은 "단 50만원으로 특허 대리비용을 지불하는 대기업도 수두룩하지만 국민들은 특허가 많으면 그냥 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실 특허는 결국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R&D 예산을 편성할때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모든 곳에 국유특허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허취득 내용을 통해 중복투자를 배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장기적으로는 특허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변리사회는 R&D의 부실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특허실사평가기준을 만들고 있다. '대리인비용 가이드라인-중복투자 배제-특허평가'로 이뤄지는 특허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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