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차관칼럼]사람과 동물의 공존, 배려가 첫걸음

[차관칼럼]사람과 동물의 공존, 배려가 첫걸음
올해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91년 처음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으며,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는 벌금 몇십만원 수준으로 약했다. 이후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반려견 목줄착용 의무화 등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신설됐고, 징역형 부과와 같이 동물학대에 대한 제재 처분도 강화되면서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법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생활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 중 26.4%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은 598만마리, 반려묘는 258만마리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는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조사 항목에 반려동물 양육 여부가 추가됐다. 이런 사실들은 동물을 그저 사육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내 반려동물 증가 속도에 비해 관리 제도나 사회 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때로는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사법기관에 접수된 사건은 2016년 341건에서 2018년 632건으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유기되는 동물도 한 해 13만마리를 넘는다. 동물로 인한 사람의 피해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개 물림사고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수는 매년 2000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5년마다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 동물보호 복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동물등록제 정착, 동물학대 예방과 같은 동물보호 정책뿐만 아니라 맹견사육 허가제, 사람 또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위험한 개'에 대한 기질(공격성) 평가제도 마련 등 동물에 의한 사람의 피해를 막는 예방책도 마련해야 한다.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독일과 영국은 동물보호법의 역사가 100년을 넘어섰다.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자신의 반려동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그들의 동물보호에 대한 역사만큼이나 깊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동물학대 처벌은 유럽 평균 수준으로 선진국 못지않지만,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동물보호법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미흡하다. 동물도 소중한 하나의 생명으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감수성과 함께,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는 동물보호법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이 바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동물과 사람을 보호하고자 만든 이 법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편함만 주는 규제로 인식되기 쉽고, 제대로 기능하기도 어렵다.

동물보호법 제1조에서는 동물보호법의 목적을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두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길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반려인은 안전관리 의무와 펫티켓을 잘 준수하고, 비반려인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이해하는 서로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물보호법 30주년을 맞아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함께'와 '배려'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