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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될 것"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논란]

文대통령 발언 이후 급물살
감독 권한 어디까지 줄지가 관건
부정청약·허위매물 등 이미 관리
중복 감독에 겁주기 행정 비판도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될 것"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논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장관, 홍 부총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형태의 '부동산 감독원(가칭)'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사인간 부동산거래 영역을 국가가 지나치게 통제하는 사실상의 '주택거래허가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가 시장 감독기구 도입 배경으로 언급한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는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련기관들이 관리하고 있어 중복 감독 논란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불거지고 있다.

국토부 관리·감독받는 외청 형태


12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새로 구성되는 부동산 감시 상설기구는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필요하지 않은 별도 조직으로 구성되며 국토교통부의 지도·감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 별도 조직을 만드는 것은 행안부와의 협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며 "금감원처럼 특수 법인은 별도 절차 필요 없이 근거법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수사를 할 수 있는 등 감독 권한 여부와 권한을 준다면 얼마나 줄지가 가장 첨예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감독원 설립 근거도 금감원처럼 특별법 형태로 검토되고 있다. 단순 부동산투기 의심거래뿐 아니라 부정청약·허위매물 등 부동산시장 전반의 시장 교란행위를 규율하기 위해서다.

다만 해당 조직은 독립적이기보다는 국토부 산하에 둬 컨트롤을 받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전담조직 신설과 별개로 국토부는 부동산 대응반을 상설화하기 위한 작업을 행안부와 마쳤다.

이미 해당 기능을 수행 중인 한국감정원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도 거론되지만 감독 기능을 감정원이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팽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설치된다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시장 안정기능을 유기적으로 잘 통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상당히 강한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교란행위 잡으려다 시장 위축"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바로잡는 것이 시장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과도한 시장개입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교란을 바로잡는 효과보다는 거래만 위축시키는 '겁주기 행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로 집값을 잡는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감시체제로 부동산을 안정화시킨 경우는 없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좋지만, 단기적인 효과만 볼 뿐 결국 근본치료법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지나친 시장개입을 하고 있다"며 "나쁜 사람 몇 명 잡는다고 집값이 잡히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에 대한 시장의 위화감만 더욱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정책들은 실거주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감독기구가 만들어지면 부동산시장 참여자 모두를 적으로 보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심적으로 일을 하는 대다수의 공인중개사들이 일부 불법을 저지르는 업소 때문에 도매금으로 고통을 받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감독기구의 칼끝이 결국 중개업소를 향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