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말이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식으로 표현하자면 ‘미니언이 쌓이면 타워도 깬다’쯤이 될 것 같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에 따라 세상이 변한다는 뜻이다. 요즘 국회에서 드는 생각이다.
사실 국회가 다루는 수많은 분야 중에서 게임과 e스포츠는 마이너한 편이다. 이들이 가지는 문화·산업적 가치와 규모에 비해 천대받는다는 생각조차 들 정도다. 이유는 명확하다. 학부모는 게임을 싫어하고 정치인은 학부모의 표가 필요하다. 고로 국회에서 게임과 e스포츠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관련법을 봐도 알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법은 태생이 바다이야기 사태를 배경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진흥의 탈을 쓴 규제법이다. e스포츠진흥법은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면서도 2012년 2월이 돼서야 뒤늦게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는 다르다. 예전에 비해 국회의원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 게임과 e스포츠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미래통합당 김세연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 등 3인방 정도가 게임 진흥의 목소리를 냈지만 21대 국회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의원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좌진은 말할 것도 없다. 게임에 친숙한 세대가 국회에서 일하게 되면서 활발한 담론이 오가고 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이상헌 의원실에서도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후진적이었던 등급분류제도 개편안으로 설문형 등급분류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게 했다.
21대 국회에 두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첫째, 게임과 e스포츠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흥되려면 여·야 가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여야를 넘나드는 활발한 소통과 토론이 필요하다.
둘째, 게임을 산업적인 면과 기업의 입장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개발자·이용자·선수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보호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 e스포츠진흥법에서는 이들을 위한 조항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전자닷컴 사태, 카나비선수 사태가 발생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판호, WHO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문제, 각종 e스포츠 문제 등 21대 국회에서 해결할 것들이 쌓여 있다. 이 4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게임·e스포츠가 발전할지, 쇠퇴할지 정해질 것이다. 21대 국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일할 수 있게끔 국민의 많은 관심과 응원, 채찍질이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20대 국회때 한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과거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에서 대리게임처벌법을 발의했을 때의 일이다. 법안심사 소위원회 심사단계에서 통과에 진통을 겪고 있었다. 그때 가장 열성적으로 이 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던 이는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발의자였으니 논외로 한다.) 당은 달랐지만 뜻을 함께한 좋은 사례로 기억한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오길 바란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정리=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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