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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합의땐 전셋값 5% 넘게 올려도 된다? 분쟁 부르는 답변 [현장르포]

부동산정책, 현장은'대혼란'
국토부 개설 '임대차 민원상담소'
5%룰·계약갱신요구권 문의 많아
급하게 문을 열면서 혼선만 빚어
상담예약 전화 연결도 20% 안돼

임차인 합의땐 전셋값 5% 넘게 올려도 된다? 분쟁 부르는 답변 [현장르포]
"집주인과 세입자 간 합의 시 5%보다 더 많이 임대료를 올려도 된다. 다만 분쟁이 생기는 경우엔 5% 이상 부분은 무효가 된다. 이는 임차인이 부당이득청구권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24일 개소한 서울의 임대차 민원 상담소 관계자는 '임차인이 원하면 전세금을 5%보다 더 올려서 계약해도 되느냐'는 민원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후 시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설치한 임대차 민원 상담소 4곳과 콜센터 6곳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각종 민원과 문의에 대한 답변이 지연되고, 전화 연락이 대부분 두절되는 등 서비스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파악됐다.

■5%룰 관련 문의 쇄도

이날 개소한 임대차 민원 상담소는 임대차3법 통과 이후 각종 문의와 잘못된 정보 등으로 전월세 시장에 혼선을 빚으면서 국토부가 마련한 긴급 처방전이다. 일단 급한 대로 서울 두 곳과 경기지역 두 곳에 문을 열었다. 개소 첫날이라 상담소를 직접 찾는 민원인들은 거의 없었다.

첫날은 전세계약 연장 시 5%룰과 관련된 민원들이 많았다. 서울 상담소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를 반드시 5%씩 올려야 하느냐"는 민원인의 질문에 "임대인이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임차인이 증액청구에 반드시 응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꼭 증액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실상 4년간 전세금이 동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나왔다.

또 임대인이 기존 계약을 변경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일정액의 현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사실상 반전세로 계약이 전환했기 때문에 계약 갱신 때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시기에 대한 문의도 적지 않았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가 임대차계약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가능하다. 다만, 올해 12월부터는 계약만료 6개월부터 2개월 전까지 행사기간이 줄어든다. 계약갱신요구 방식에 대한 질문도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소 측은 "서면 등 형식과 절차는 따로 없지만 요구를 했다는 증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카카오톡 등 SNS 기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0곳 중 2곳만 상담 연결

이날 임대차 민원 상담소는 전반적으로 급하게 문을 연 흔적이 역력했다. 상담소 측의 답변 내용이 문제될 소지도 지적됐다. 한 대형로펌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5%룰은 강제성이 있는 게 맞다"면서 "민법에 부당이득이라는 개념이 있긴 하지만 (사인 간 합의 시 5% 이상 인상할 수 있다는) 답변은 자칫 무효인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민사소송으로 정산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접근성도 취약했다. 이날 전화 연결을 시도해보니 상담소 4곳과 임대차 민원 안내 콜센터 6곳 등 10곳 중 2곳만이 연결이 가능했다. 전화 연결은 민원 상담소인 한국감정원 서울동부지사와 경기북부지사만 이뤄졌다.

반면, 나머지 민원 상담소 두 곳은 '코로나19로 민원 대응 인력이 줄어 원활한 대응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만 몇 분 동안 나오고 통화 연결은 결국 안됐다.
기관별 콜센터는 모두 불통이었다. 국토부 콜센터, 서울시 다산콜센터 등 대표 콜센터조차 코로나19 대응에 인력이 집중돼 임대차 관련 문의는 불가능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콜센터에서 1차 상담을 진행한 후, 심도 있는 추가상담 필요 시 해당 기관의 담당직원을 연결해 2차 상담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현장은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