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저금리 자금 마련
BBB급 이하는 1건도 없어
저신용 기업은 사모채로 조달
우량 등급 회사채가 9월 발행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낮은 금리로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우량채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이 통 큰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는 곳은 이날 기준 총 13곳, 이 중 10곳은 신용등급 AA급에 속한다. 이들 13개 기업이 목표치로 삼은 회사채 총액은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수요 예측 흥행 시 대부분 기업은 증액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이 모두 증액 발행에 성공한다면 다음달 시장에 풀리는 공모 회사채 규모는 3조원이 넘어간다.
구체적으로 '빅 이슈어'로 통하는 SK, 롯데 등 그룹 계열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눈에 띈다. SK 계열사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디스커버리가 다음달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16일 3000억원어치 발행을 목표로 세웠다. 앞서 진행되는 수요예측이 흥행한다면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AA+로 우량채에 속하는 만큼 기관투자자들의 넉넉한 자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디스커버리도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신용등급은 AO 수준이지만 SK 계열사라는 점에서 기관들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AAO)와 롯데물산(AA-)도 1500억원, 1000억원씩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요 예측 흥행 시 각각 1000억원어치씩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현대건설, 하나금융투자도 각각 최대 5000억원어치 목표로 통 큰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공조설비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도 최대 4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조원의 우량채가 유통시장에 쏟아질 예정인 가운데 BBB급 이하는 1건도 없었다. 코로나19와 실물경제 악화 속에서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우량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간 금리 차이·3년 만기물 기준)는 줄어들고 있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의 금리 차이를 뜻한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또 스프레드 축소는 그 반대의 상황을 의미한다.
AA-등급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 6월 말 140bp(1bp=0.01%포인트)였으나 이달 24일 136bp로 축소됐다.
한편 비우량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공모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저등급 기업들은 사모시장, P-CBO 시장으로 우회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중공업(단기 신용등급 A3+), SK D&S(BBB), 두산인프라코어(BBBO) 등은 사모채 시장에서의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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