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올게 왔다' 힘겨운 싸움 준비하는 삼성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그룹의 미래가 걸린 세기의 소송에 삼성 핵심 인력과 국내 최고 로펌이 변호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등 대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삼성은 경영보다 재판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변호인단, 검찰 무리수 지적
삼성측 변호인단은 1일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와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속전 피의자심문,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받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변호인단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관해서 보면,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 번복됐고,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원 역시 증선위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영장 청구와 수사심의위 심의 시 거론 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죄를 기소 과정에서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합병비율 조작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나서 공소사실에 한 줄도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합병비율 조작이 없고 법령에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비율이 정해진 기업 간 정상적인 합병을 범죄시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오늘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돼 철저하게 검토되었던 것이며 새로운 내용은 없다"며 "피고인들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밝힐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소송 1심에만 반년
이 부회장이 다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지난 2017년 재판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위해 재판부가 '집중심리'를 했음에도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선고까지는 170일이 소요됐다.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불출석한 채 진행한 공판준비 절차를 포함하면 결심 공판까지 소요된 재판 심리 시간만 총 476시간이 필요했다.

재판에 출석한 당사자의 수도 기록적이었다. 당시 특검 측은 특검보와 파견 검사 등 5명 안팎이 나왔고 변호인단은 20명 가량이 출동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을 중심으로 전체 변호인단은 26명에 이른다. 피고인인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4명까지 합하면 매번 재판에 출석한 당사자와 관계자만 30명에 달한 셈이다.

증인도 많았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59명이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60번째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구인장 발부에도 끝내 출석에 불응하면서 심문이 무산됐다. 날짜를 넘기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 심문을 받은 증인들이 속출하면서 이 부회장 사건은 '올빼미 재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선 이번 기소가 구속을 면해 최악은 막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9일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삼성 측은 당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돼 다행"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 등에서 불법 행위가 일절 없었다는 점 등을 성실히 규명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