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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경쟁사 추격·총수 공백…'글로벌 삼성' 전략 차질 [삼성 경영 시계제로]

中·대만 등 무섭게 쫓아오는데
삼성은 최소 5년간 지루한 재판
시스템반도체 등 초대형 투자도
이 부회장 결단 없이는 '스톱'

코로나·경쟁사 추격·총수 공백…'글로벌 삼성' 전략 차질 [삼성 경영 시계제로]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키로 하면서 삼성의 경영시계가 3년 만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재판이 시작되면 최소 5년 이상 지루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회장이 정상적 경영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총수 경영공백이라는 '삼중고'로 경영시계가 '제로' 상태다. 재계에선 대만과 중국 기업들이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흔들리고, 이는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론마저 나오고 있다.

TSMC 맹추격…경쟁력 약화 우려


1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의 이번 기소로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 약화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잘하는 것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며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모리반도체에선 삼성이 1위지만 파운드리에선 TSMC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런 벽을 넘기 위해 삼성이 택한 방법은 압도적 기술력으로 누르겠다는 '초격차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미 LCD에서 삼성을 따라잡은 중국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재판에 발이 묶이고, 대규모 투자집행이 올스톱되면 초격차 전략은 중단되고, 경쟁사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급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산업과 해외건설 프로젝트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의 직접적 대상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서 바이오산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과 해외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 등을 위해 대규모 외부자금 조달이 필수적인데 회계이슈가 다시 부각됨으로써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부의 차세대 주력 성장산업인 '바이오'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바이오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정책기조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및 인력고용도 차질


이번 기소로 이 부회장은 최소 5년 이상을 재판으로 보내야 할 상황이다.

지난 2017년부터 1년여간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기간에 삼성은 정기인사 파행, 투자 축소, 중장기전략 수립 지연 등 적잖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번 기소로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2017년 하만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전장분야의 해외 인수합병(M&A)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기를 지난 후로는 현재 멈춘 상태다. 총수가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결정도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연이어 초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8월 이 부회장은 올해 연말까지 3년간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동차 전장,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육성사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고용하겠다는 큰 그림을 발표했다. 지난해는 이 금액을 포함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고용하겠다는 추가 계획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투자는 전문경영인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총수의 전략적인 결정이 없으면 대형투자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