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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용헬기 10%만 국산… 입찰부터 외면받는 국산헬기

1조3000억 들여 개발했지만
지자체별 소방헬기 기본규격 달라
국내헬기는 사실상 입찰조차 못해
국산헬기 연간 유지비 45% 저렴
중앙기관 일괄구매 등 대책 필요

국내 관용헬기 10%만 국산… 입찰부터 외면받는 국산헬기
1조3000여억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헬기가 국내에서 마땅한 구입처를 찾지 못한채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청 등의 관용헬기 도입 과정에서 불합리한 입찰 기준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산헬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관용헬기 수급처의 일괄구매 등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용헬기 121대 중 국산 12대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관용헬기는 경찰청, 소방청 등 5개 기관에서 총 121대가 운용되고 있지만 이 중 국산헬기인 '수리온' 기종은 12대에 불과하다.

관용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외산기종을 선호하고 국산헬기는 배제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는 소방 부문으로,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소방헬기 기본규격'이 있지만 지자체별로 상이한 규격을 적용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국산헬기와 외산헬기의 공정한 경쟁을 요청했지만 전북소방은 여전히 사실상 국내헬기의 입찰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소방은 8월 헬기 입찰에서 주회전익거리측정장비를 요구했는데 이 장비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사의 기술로 사실상 국내헬기는 입찰할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2013년 이후 진행된 8건의 소방헬기 입찰에서 국산헬기는 단 3건만 입찰이 가능했다.

1조3000억원을 들여 국산헬기의 국내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부 기관 및 지자체의 소극적 운용으로 수출 판매 활로 개척에 애로가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선 소방헬기 입찰규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입찰규격을 낮춰 체급이 서로 다른 헬기간 경쟁을 붙인뒤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고심 끝에 이날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가 진행한 다목적 중형소방헬기 2대에 대한 재입찰에는 참여했다. 앞서 지난 8월 19일 1차 입찰은 KAI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탈리아의 다목적 중형헬기(AW139) 단독 입찰로 유찰된 바 있다.

중앙119는 입찰규격을 최대 이륙중량 6.4t으로 정했다. 이로 인해 최대 이륙중량이 8.7t인 수리온은 6.4t인 AW139와 경쟁해야 한다. 중량이 클수록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사실상 경쟁이 되지 않는 구도다. 오는 14일 입찰을 마감하는 전북소방의 경우 최대 이륙중량 6t에 주회전익거리측정장비를 요구하고 있다.

가격보다 유지비 등 고려해야


무엇보다 30~40년에 이르는 헬기 운용기간을 감안하면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운용유지비용이 저렴한 국산헬기가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강원소방의 AW139는 연간유지비로 13억원을 지불한 반면 수리온은 45% 수준인 5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지자체별 구매로 인한 다기종 운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종별 장비 운용·교육 훈련·자재 구매 등에 있어서 효율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현재소방은 총 11개 기종을 운용중인데 반해 경찰·해경·산림청은 각각 6개 기종을 운용중이다.


이와 관련, 중앙119는 보유 외산헬기 5대 중 2대가 운항중단 중이며 하자 발생시 즉각적인 기술 후속지원 지연으로 헬기운용에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앙기관의 일괄구매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앙기관에서 각 부처 관용헬기 구매 소요와 노후 기종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일괄 계약 추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일괄 구매로 기종 단순화 시 교육, 안전, 정비에 대한 통합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여 운용유지비 절감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