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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지정 예정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지정 예정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사진=문화재청
[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2일 고려 시대 고승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과 17세기 공신들의 모임 상회연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등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하였다.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랑대사좌상'은 조선 시대 문헌기록을 통해 해인사의 해행당, 진상전, 조사전, 보장전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덕무의 '가야산기' 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이 남아 있어 전래경위에 대해 신빙성을 더해준다.

지정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과학 조사 결과,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건칠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고 후대의 변형 없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앞면과 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보물 제1919호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처럼 신라시대부터 고려 초기에 해당하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불상조각에서 확인되는 제작기법이어서 희랑대사좌상의 제작시기를 유추하는데 참고가 된다.

문화재청은 후삼국 통일에 이바지했고 불교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희랑대사라는 인물의 역사성과 시대성이 뚜렷한 제작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조각상은 고려 초 10세기 우리나라 초상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자,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 가치 및 학술 가치가 탁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간이벽온방'은 조선 중종 20년인 1525년 의관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아울러 한글로 언해해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이며 선조 11년인 1578년 이전 금속활자인 '을해자'로 간행했다.

책의 내용에는 병의 증상 및 치료법, 일상생활에서 전염병 유행 시 유의해야 할 규칙 등이 제시돼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간이벽온방'은 왕실에서 하사했음을 증명해주는 '선사지기' 인장이 찍혀 있고 앞표지 뒷면에 쓰인 내사기를 통해 선조 11년인 1578년 당시 도승지였던 윤두수에 의해 성균관박사 김집에게 반사된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간이벽온방'은 현재까지 알려진 동종문화재 중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판본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전래가 매우 희귀해 서지학 가치 또한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책은 조상들이 현대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는 서적일 뿐 아니라 조선 시대 금속활자 발전사 연구에도 활용도가 높은 자료인 만큼 보물로 지정해 보존 및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간이벽온방'과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46호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선조 시대 녹훈된 구공신과 신공신들이 선조 37년인 1604년 11월 충훈부에서 상회연을 개최한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상회연의 신·구공신은 총 151명으로, 선조 23년인 1590년 2월 1일 녹훈된 광국공신과 평난공신 42명과 선조 37년인 1604년 6월 25일 녹훈된 호성공신, 선무공신, 청난공신 109명을 말한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의 좌목에 적힌 공신들은 1604년 상회연 당시 생존해 있던 63명의 명단으로 이중 이산해, 류성룡, 정탁, 이운룡, 남절 등 5명 은 노환으로 불참했으므로 실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58명이다. 좌목은 공신 명칭, 문무관 품계, 자, 생년, 본관, 이름순으로 기재됐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총 4폭으로 구성됐다. 왼쪽 제1폭은 상회연의 장면을 그린 것이고, 제2폭과 제3폭에 걸쳐 참가자들의 명단을 작성했으며, 제4폭은 위쪽의 제목을 제외하고 내용은 비어 있다.
각 폭은 비단 2쪽을 위에서 아래로 길게 이어 붙였으며, 제2폭부터 제4폭까지 위쪽에 붉은 선을 그어 구획을 하고 그 안에 전서체로 제목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를 적었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공신 관련 그림으로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작품이라는 점, 제작시기가 명확해 기년작이 드문 17세기 회화 양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기준작이 된다는 점에서 역사·미술사적으로 의의를 지닌 작품이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문화재청은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국보로 지정 예고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비롯해 보물로 지정 예고한 '간이벽온방' 등 2건을 포함한 총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