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튜토리얼’.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때 필요한 사용 지침 따위의 정보를 알려 주는 시스템이다. 튜토리얼을 통해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과, 세계관을 익히게 된다. 물론 귀찮고 따분한 작업이다. ‘스킵’으로 넘기는 게이머도 많다. 그러나 튜토리얼을 잘 익혀두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법안통과가 게임이라면 심사과정은 튜토리얼이다. 심사과정을 잘 파악하면 그 법안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간다. 게임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을 때 그 심사과정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게임산업진흥법 및 e스포츠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회부되고 숙려기간을 거쳐 상정이 된다.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이때 쓰여진다. 상정된 법안은 다시 한 번 숙려기간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다. 법안소위는 자주 열리지 않는다. 여·야간 정쟁이 있을 경우 그 기간은 훨씬 길어진다. 20대 국회 말, 문체위 법안소위는 정쟁으로 반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가까스로 법안소위 일정이 잡혀도 문제다. 보통 하루, 길어도 이틀의 일정 동안 심사할 수 있는 법안의 수는 한정적이다. 이에 반해 의원들은 엄청난 양의 문체위 소관 법안들을 발의한다.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교섭단체 간사가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이 때다. 상임위 대부분의 결정은 교섭단체간 간사의 협의로 이루어진다. 법안소위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안소위 심사 안건 목록을 간사간 협의로 정하게 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암묵적인 룰이 있다. 가급적 쟁점이 없는 내용, 그리고 제정안이나 전부개정안이 아닌 일부개정안이 우선된다. 그래야 한 건이라도 더 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당별 중점추진법안을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면 드디어 법안소위 심사리스트가 완성된다.
게임법·e스포츠진흥법은 문체위 소관 다른 법률보다 주목도가 떨어지고 마이너하기 때문에 이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심사대에 오른 법안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본격적인 난도질이다. 법안소위 여·야 의원, 문체부, 국회 전문위원 4자 간의 치열한 토론을 거치게 된다. 이 내용은 속기록으로 기록돼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다. 관심 있는 게임관련법안은 회의록을 보길 추천한다. 흥미로운 토론, 대화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문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 운명이 결정된다.
법안 심사 설명의 9할을 법안소위 과정에 할애했다. 법안소위야말로 법안의 운명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난이도 높은 단계이기 때문이다. 마치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끝판 보스를 만나는 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의 보좌진은 법안소위를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전에 부처를 설득하고 법안소위 소속 의원실의 정책 담당 보좌진을 찾아가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불법핵·사설서버 처벌법, 대리게임 처벌법, 풀뿌리 e스포츠 활성화법,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 모두 이 과정을 통해 국회를 통과시켰다.
21대에도 많은 게임관련법이 발의돼 통과될 것이다. 이를 막연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심사과정도 꼼꼼하게 살펴보자. 게임 튜토리얼보다 재미있고(?) 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정리=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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