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공기관 인지도 높이고 잘하면 수익까지 따라와
EBS 연습생 펭수가 지난 9개월간 100억원을 벌어들였다. 카카오의 라이언, 네이버 라인의 브라운 등 온라인 메신저 이모티콘 캐릭터 매출은 지난해 3600억원을 넘어섰다. 캐릭터 산업은 대중에게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관공서나 지자체도 그들만의 캐릭터 개발에 열심이다. 지역·공공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활용을 독려하기 위한 시상식도 열린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이 그것이다.
울산 중구청 '울산큰애기'
■울산 중구청 캐릭터 '울산큰애기' 인기 짱
2018년 제1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 우수상, 2회 대상을 수상한 울산 중구청의 '울산큰애기'는 요즘 해당 지역뿐 아니라 공공기관, 전국의 지자체에서 주목받고 있다. "펭수보다 더 재미있다" "큰애기가 아주 센스가 있고 유머 감각도 있어서 정말 친근하게 느껴진다." 올해 2월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공개한 '울산큰애기' 동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18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4만8600여회. 울산큰애기가 말문을 틔운 영상, 울산큰애기 사업 발전을 위한 직원회의 영상이 특히 인기다.
울산큰애기는 1990년 이후 급격히 쇠퇴한 울산의 원도심 중구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2016년 11월 개발했다. 캐릭터 이름은 1965년 발표된 김상희의 노래 '울산큰애기'에서 따왔다. 살짝 졸린 눈에 양갈래 단발머리를 한 울산큰애기는 빨간 원피스 차림을 하고 있다. 처음엔 각종 행사장에서 말없이 몸짓과 율동만 했지만 올해부터 말문이 트였다. 경상도 사투리로 거침없이 말을 하자 인기가 치솟았다. 울산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현재 8급이 된 울산큰애기는 얼마전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출연해 인기의 이유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을 꼽으며 "내가 나다, 내가 울산큰애기다, 자신감 하나로 클리어했다"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중구청 울산큰애기 담당자는 "울산큰애기가 울산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민에게 울산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갖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금융기관, 유통·관광업체 등에서도 울산큰애기를 홍보해 주고 있다"며 "올해는 경찰청 캐릭터인 포돌이, 포순이와 여성, 아동 안전을 위한 웹툰 제작 홍보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울산큰애기 캐릭터 활용사업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광안내소인 '울산큰애기하우스'와 울산큰애기 할머니 사진관인 '이팔청춘 사진관'을 운영중이며 거리 곳곳에 조형물 45여개를 설치했다. 유튜브 채널뿐 아니라 웹드라마도 제작 중이며, 웹툰·이모티콘을 판매했다.
중구청 담당자는 "울산큰애기 후크송 발표를 앞두고 있고 캐릭터의 이미지 200여종을 개발중"이라며 "내년엔 울산 지역 대표 관광지에 울산큰애기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걸그룹 씨스타의 댄서 겸 랩퍼였던 보라가 울산큰애기 강보람 역할로 활약 중인 웹드라마 '울산큰애기 연애기다린보람'은 현재 47개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있다.
그렇다면 실제 각종 행사장에 나타나는 울산큰애기는 누구일까. 중구청 담당자는 "일본 쿠마모토현의 쿠마몬도 연기자가 아닌 주민이자, 공무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냥 '큰애기씨'라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고양시 '고양고양이'
지난해 열린 제2회 우리동네 캐릭터 축제에서 고양시 대표 캐릭터 '고양고양이'가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제3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은 오는1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선 투표가 진행된다.
■고양시하면 고양고양이 "이모티콘 곧 출시"
경기 고양시의 대표 캐릭터인 '고양고양이'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3년 고양 600년의 해를 맞아 탄생한 고양고양이는 제1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에서 특별상, 제2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역대 수상작 우리동네 캐릭터 홍보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돼 1000만원의 사업비도 받았다.
고양시 언론홍보 SNS홍보팀에서 기획·개발한 이 캐릭터는 이젠 고양시 동물인 까치보다 더 유명하다. SNS홍보팀 담당자는 "고양시와 아무런 연관이 없어서 처음엔 시민들의 반감이 우려됐지만 트렌디하게 SNS 중심으로 시도해봤다"며 "SNS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고양고양이 응용 이미지가 이젠 1000여종이 넘는다"고 말했다. 가장 뿌듯한 반응은 시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자부심이다. "어디 사냐고 누가 물어보면 과거엔 일산이라 했는데 요즘은 고양시라고 하면 '고양고양이 거기'라고 반응한다는 내용이다"며 "시의 각 부처뿐 아니라 시 기반 스포츠팀과 스타필드, 이케아 등 기업에서도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펭수와 함께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 홍보영상을 찍었으며, 펭수를 패러디한 '괭수' 스캔들로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홍보 활동이 다소 주춤했으나 다시 활동 영역을 넓힌다. 오는 28일 고양고양이 이모티콘이 카카오톡에 공개되며, 거리두기 캠페인이 적용된 CGV 고양고양이관 오픈도 논의중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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