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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최태원 회동 첫 결실… 전기차 배터리 판매·재활용 협력

완성차-배터리 협력 모델 완성
SK이노, 안정적 수익원 확보
현대차, 전기차 가격인하 효과
현대차, 삼성SDI·LG화학과
협력 방안 기대감도 '모락모락'

정의선-최태원 회동 첫 결실… 전기차 배터리 판매·재활용 협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SK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난 7월 전기차 배터리 회동이 처음으로 결심을 맺었다.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판매에서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협력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회동을 갖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 등 협력방안 모색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8일 리스·렌탈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모빌리티·배터리사 간 협력 체계를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전기차 가격 인하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라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입장에선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판매 가격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이 대여·교환 등 'BaaS'(Battery as a Service,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선 만큼 이를 활용하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해외에서도 전기차 판매 때 'BaaS'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 완성차 업체로선 배터리 문제 해결이 필수적인 과제다.

SK이노베이션은 BaaS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사업을 얻게 된다. 현대차가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만큼 이번 협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면 지속 가능한 수익원이 생기는 셈이다.

양측은 또 차량용으로 더 이상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과 차량 배터리로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방안도 적극 모색한다. 현재 니로 EV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협력과정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실증 사업을 통해 아이오닉 배터리의 향후 활용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된 리튬을 양극재 제조에 직접 활용될 수 있도록 추출하는 독자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LG화학·삼성SDI와 협력도 관심


이번 MOU 체결은 올해 5~7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4대그룹 총수 연쇄 회동 이후 실제 협업이 확정된 첫 사례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을 통해 'K배터리 동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재계 관계자는 "7월 그룹 총수들이 만나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후 실무자들의 논의 과정을 거쳐 완성차-배터리 협력 모델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수익성 보다는 전기차가 활성화된 이후 다양한 배터리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SK이노베이션에 이어 LG화학, 삼성SDI 등과도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강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균형있는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지금껏 거래 관계가 전무한 삼성SDI와의 배터리 협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