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낸 뮤지션 장기하가 9일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문학동네 사옥에 세워진 자신의 책표지 배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문학동네
[파이낸셜뉴스] 뮤지션 장기하가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냈다. 그의 생애 첫 산문집이다. 오는 11일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의 책은 지난달 31일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초판 8000부가 매진됐고 현재 2쇄로 5000부를 추가 제작중이다.
이에 앞서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기하는 출간 전부터 초판이 매진된 것과 관련해 "음반을 낸지도 2년 정도 됐는데 초반부터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셨다는 느낌에 감개무량하다"며 "이번 책의 프롤로그가 모든 글 중 처음 쓴 글인데 그 글의 앞머리에도 있지만 제가 책을 잘 못읽는데 책을 좋아하는데는 잘 읽고 못 읽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이처럼 내 스스로 괴롭히는 것들을 생각하다 이렇든 저렇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게 많다는 생각에 중요하지도 않은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첫 생각대로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작가 소개'에는 재기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오롯이 드러난다. '스물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라고 시작되는 작가 소개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런 생각이 여전히 변함없는지 묻자 그는 "정말 그랬는데 그래서 더 신기한 게 지난해 책을 쓰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한 권을 쓰니 또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연달아 바로 쓰진 않겠지만 삶에서 하고 싶은 목록에 책을 쓰는 일이 추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책을 써내려 가는데 있어서도 특유의 완벽주의를 드러냈다. 지난해 8월부터 1년 가까이 매주 편집자에게 글을 한편씩 써 보내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노래를 만들 때도 맘에 안 들면 완성 안시키고 버리고 새로 썼던 것처럼 책을 쓰는 동안에도 그랬다. 늘 가장 최근에 쓴 꼭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지막에 쓴 꼭지는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이란 꼭지여서 이번 책에서 가장 맘에 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글을 쓰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얘길 썼다는 느낌과 행복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기분을 느끼며 책이 완성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뮤지션으로서 노래를 만들면서도 그러했듯이 그의 글의 소재는 라면을 끓이는 일과 같은 일상이다. 장기하는 "일상의 사물, 일상의 순간을 노래하고 쓰는 것 외에는 감히 제가 뭐라고 할 엄두가 안난다"며 "책을 쓰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지난 10년이 어떤 의미가 됐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당초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씨처럼 음반과 책을 같은 결로 내놓는 것에 대해 계획했었다는 장기하는 "책을 쓰는 시간 동안 멀티 태스킹이 되지 않는 제 자신을 다시금 보며 음악 작업을 하지 못했지만 글을 쓰면서 향후 내놓을 음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의 정리가 됐다"며 "책이 마무리되는 이 날만을 기다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솔로 1집의 음악을 만드는 일에 돌입하게 될텐데 올초 제 SNS에 올해 안에 음반내고 공연하는 게 목표라고 했었지만 다 지키지는 못할 것 같고 남은 하반기에는 음악을 열심히 만들면서 지낼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완성이 다 되는데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시대에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장기하는 "내가 뭐라고 청년들에게 한마디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굳이 생각하자면 과거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늘 뭔가 정답이 있고 세상에 정해진 게 있다고 착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0명이 있으면 10가지 상황이 있고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상황이 있으니 옆에서 7~8명이 똑같은 길을 가도 자기한테 맞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책에도 녹아있다"고 답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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