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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게임 정책 ‘고인물’을 키워야 하는 이유

[이도경의 플레e] 게임 정책 ‘고인물’을 키워야 하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한 분야에 치열하게 파고들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있다. 아군에게는 환희를, 상대에겐 절망을 주는 신들린 플레이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고수. 그들은 게임 은어로 ‘고인물’이라고 불린다.

시점을 게임정책으로 옮겨보자.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유래 없는 게임 호황, 이제는 퀄리티까지 우수해진 중국 게임과의 경쟁,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까지 위기와 기회가 병존한 2020년 현재, 우리 정부에는 그 어느 때보다 게임정책의 '고인물'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는 부처 내에서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대응해야할 이슈들은 빠르게 쌓이는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임과의 직원은 모두 9명에 불과하다. 이 중 게임산업·e스포츠·아케이드 등 큼지막한 정책을 담당하는 인력은 각 분야당 고작 두어 명이다. 산업의 규모에 비하면 옹색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다가 게임 과는 다른 과에 비해 대중과 업계의 관심마저 유독 높은 편이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10명이 도전해야 하는 보스를 2명이 공략하는 꼴이다. 그것도 만원 관중 앞에서 말이다.

업무는 많은데 일손은 부족하다보니 금방 지치고 이 때문에 부서 이동이 잦은 것도 문제점이다. 직원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쌓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체부를 통해 지난 10년간 게임과장 재직 자료를 받아 본 결과, 현재 근무 중인 과장을 포함해 게임과장으로 일한 것은 총 7명이다. 보통 부처 공무원은 2년 주기로 순환 근무하는데, 게임과에서 2년을 채운 과장은 7명중 두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평균 1년 4개월여 만에 과를 옮겼다.

업무능력이 근속기간에 비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게임을 오래 플레이해 경험치를 쌓으면 레벨업이 보장되는 것처럼, 한 과에서 길게 근무할수록 숙련도와 전문성은 쌓일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가 좋은 예다. 여성가족부에는 게임 셧다운제 업무를 담당하는 청소년보호환경과가 있다. 이곳의 과장은 개방형 직위로 채용된 외부 전문가 출신인데 이 과에서만 무려 10년 넘게 근무하며 소위 '고인물'이 되었다. 셧다운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과장의 철벽방어 때문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게임산업 육성의지가 매우 높다 보니 현 게임과는 우수한 인력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이 고쳐지지 않는 한, 게임정책 전문가는 나오기 어렵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산업의 규모에 걸맞게 인력을 증원하고 조직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
오래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해야 한다.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인물’ 양성이 게임·이스포츠 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정리=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