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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거래되면 신고가" 마포 전세 열흘새 1억↑

월1건 거래 "물량도 거의없어"
3기 신도시 대기수요·임대차법 등 영향

[르포]"거래되면 신고가" 마포 전세 열흘새 1억↑
14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 전경. 실수요가 많고 전세매물이 부족한 마포구 아현동 일대 아파트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신규계약이 나올 때마다 전셋값이 억대로 뛰고 있다. 사진=김지환 인턴기자

“임대차 2법 때문에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신규 전세에 4년 거주를 예상하는 집주인들이 2년 뒤 오를 것까지 감안해 물건들을 내놓는데, 그나마 물량 자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포리버웰 전체 단지에서 신규 전세는 6월, 7월, 8월 한 달에 한 건씩 계약한 것이 전부다" (마포리버웰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아파트 매매시장의 가격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전세시장에서는 신규 계약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뛰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3기 신도시 대기수요가 전셋집에 그대로 눌러앉는 등 수요가 공급을 월등히 넘어선 상황에서, 계약연장이 대폭 늘어나며 새롭게 나오는 전세물량이 없다보니 전세품귀가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규 전세계약 나올때마다 '억소리'


14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 8월 8억5000만원 계약 이후, 불과 열흘이 지난 9월 초 1억이 오른 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앞선 계약을 담당한 A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없으니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 일대에서도 학군이 형성된 곳의 아파트 단지는 아예 매물이 나오지 않고 호가만 뛰고 있다.

염리초등학교 인근 마포리버웰 전용 84㎡은 지난 3개월 간 한달에 한 건씩 거래된 게 전부다. 6월에 9억원, 7월에 9억2000만원, 8월에는 10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용강초등학교와 단지가 길 하나 사이로 단지가 붙어있는 용강동 마포자이 전용 113㎡는 지난달 9억8000만원에서 10억원 사이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자이 전용 113㎡는 지난해 7~9월에는 8억원에서 8억3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는데, 1년 사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월세 전환 빨라져 세입자 부담


마포 대부분 단지가 종부세 대상 주택이라 집주인이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형태의 반전세 현상도 두드러진다.

마포리버웰 전용 84㎡의 경우 지난 7월 보증금 5억8000만원·월세 80만원에 계약됐는데, 8월에는 보증금 6억원·월세 120만원이 됐다. 연간 월세 인상폭인 480만원(40만원×12개월)을 정부가 제시한 전월세전환율 2.5%로 역산하면 사실상 보증금이 1억9200만원 오른 셈이다. 용강동 C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현재의 보증금과 올려받을 전세 시세 차이만큼을 월세로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포자이 단지 내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근래에 전용84㎡ 전세 매물은 아예 안 나오기 시작했다”며 “염리동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거의 6년간은 이사수요가 잘 안나온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보니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이 공동으로 중개하는 방식에서 개별 물건을 한 개 업소가 암암리에 보유해 소개하는 식으로 중개 패턴의 변화도 생기기 시작했다. 마포역 인근의 태영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단지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용 84㎡ 전세매물은 없고 자신들만 보유한 소형평형(20평대) 매물만 하나 있다"고 귀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실거주 요건 강화로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전세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전세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만 그렇다고 전세시장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남·북 가릴것 없이 전세난


가격을 밀어올리는 '전세품귀' 현상은 마포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강남은 물론이고 강북 전역에서도 신규계약 때마다 전세값이 급등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119㎡ 전세가격은 7월 18억원에서 8월 19억5000만원으로 뛰었고, 반포자이 전용 132㎡는 7월 19억원에서 8월 21억원으로 2억원이 올랐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5㎡도 같은 기간 15억5000만원에서 17억원으로 상승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금관구(금천·관악·구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도 전세가격이 억대로 뛰는 등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관악구 관악파크 푸르지오 85㎡ 전셋값은 7월 4억5000만원에서 8월 6억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비콘드림힐3 85㎡는 7월 3억5000만원이었던 게 8월 5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강남과 신도시 등 다른 지역에서 전셋값이 올랐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뒤따라서 강북에서도 집주인들이 2년 뒤 연장계약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 김지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