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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2년… 현대차그룹에 '혁신 DNA' 심었다

정 수석부회장, 인사·조직 개편
복장 자율화·외부 인재 영입 등
수평적 문화·개방형 혁신 본격화
삼성·LG·SK 총수와 잇단 회동
전기차 부문 포괄적 협력 가시화

정의선 체제 2년… 현대차그룹에 '혁신 DNA' 심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경영을 총괄한 지 2년을 맞는다. 지난 2018년 9월 14일 취임한후 정 수석부회장은 인사·조직의 변화를 꾀하며 현대차그룹에 '혁신 DNA'를 심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 대신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미래자동차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조직 체질개선 본격화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2년간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인사·조직 개편을 본격화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그는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아 경영 과제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차그룹이 인사·조직 부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른바 순혈주의 타파다.

현대차 반기보고서를 보면 사장급 임원은 2년 전 5명에서 올해 상반기 10명으로 늘었는데, 이 중 외국인 사장은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R&D) 본부장(사장), 피터 슈라이어(디자인경영담당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 권역 담당 사장까지 3명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확대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파격 인사다.

외국인 사장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현대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장(부사장), 윤경림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 등 외부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정장 대신 복장 자율화가 시작되고, 일반직 직급 체계를 간소화시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구분됐지만 사원에서 대리는 매니저, 과장부터 부장은 책임매니저 등 2단계로 통합시켰다. 아울러 과감한 변화와 창의적 사고를 주문하며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타운홀 미팅을 주재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로는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모빌리티 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상장 계열사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개방형 혁신…총수 회동도 잇따라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차그룹은 과거와 달리 개방형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분야에서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K배터리 동맹'이 가시화 되고 있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른 회동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판매에서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력을 시작한 가운데 업계에선 이미 현대차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과 아직 거래가 없는 삼성SDI 등과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20억달러를 투입해 자율주행기술 선도 기업인 미국 앱티브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만드는 등 글로벌 동맹을 확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창의적인 조직문화와 개방형 혁신, 공격적인 투자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61조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연평균 투자액은 약 10조원 수준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