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신촌·안암동 등 원룸촌
보증금 반토막에 월세도 내려
직장인 수요 있는 곳만 간간이
"집주인도 지원금 받아야 할 판"
주변 상권으로 타격 고스란히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 원룸촌이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에 들어가면서 공실이 늘어나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지환 인턴기자
"원룸 건물 한 곳당 1~2개 공실은 기본이고, 7~8개월째 비어있는 방도 많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이던 방이 몇 달째 비어있어 집주인이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으로 내렸더니 겨우 나갔다."
지난 12일 오후 홍대입구역 인근 서대문구 연남동의 원룸 전문 중개업소 사장은 대학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지방에 살던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으니 남아도는 원룸이 많다"며 "얼마 전부터는 북가좌동, 응암동, 홍은동 원룸까지 이 동네 중개업소에 매물로 넘어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학기를 시작한 대학가 주변 원룸촌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연장하면서 새로 원룸을 찾는 학생들이 없는데다 기존에 원룸에 살고 있는 학생들도 지방으로 내려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등록된 서울 지역 원룸의 8월 평균 월세는 49만원으로 전월보다 4% 하락했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거래량이 줄면서 월세 하락폭이 컸다. 다방에 따르면 홍익대 인근(48만 원)이 7월 대비 6% 하락해 가장 많이 감소했고, 한양대 주변(46만 원)과 숙명여대 인근(47만 원)도 각각 4%씩 떨어졌다.
고려대 앞에서 원룸 중개를 하는 성북구 안암동 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겨울에 원룸을 계약한 학생들은 1학기동안 지켜보다가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이 연기되니 아예 서울에 안 올라오고 있다"며 "계약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꼬박꼬박 월세를 낼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직장인 수요가 있는 대학가 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건국대 인근 광진구 화양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룸 월세는 최근 5만원 정도 내린 수준"이라며 "어린이대공원 7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월세 내림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원룸 중개를 하는 서대문구 대현동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학가 원룸가격이 시내보다 싸다보니 시청이나 충정로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수요가 그나마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래도 학생 비중이 60%나 되다보니 원룸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30% 수준도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가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현동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대 앞 상가 월 임대료가 700만~800만원에서 300만~500만원으로 내려갔지만 오래 버틸 수 있는 상가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루에 1만원짜리 티셔츠 2~3벌 팔아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하냐며 폐업하겠다는 옷가게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대학가 원룸촌 임대인들과 상인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홍대 한 원룸 주인은 "이대로라면 정부의 재난지원금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라며 "임대사업 안정성이 높은 대학가가 초토화된 상황이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김지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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