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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 회사채 미매각 속출… 산은·증권사 부담 커졌다

두산·대우건설 수요예측 실패
주관사 물량 수백억씩 떠안아
아시아나 노딜로 산은도 난감

비우량 회사채 미매각 속출… 산은·증권사 부담 커졌다
최근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실패하면서 증권사와 산업은행이 물량을 떠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모채 미달분을 리테일 시장에서 매각할 수도 있지만 비우량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이들 금융사들의 익스포저 관리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다 산업은행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로 또다시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우량 기업 회사채 미매각 속출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BBB), 대우건설(A-) 등 수요예측 대규모 미매각이 이어지면서 인수단으로 참여했던 증권사들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았다.

두산의 경우 지난 10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치(500억원)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억원 매수주문에 그쳤다. 이에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미매각 물량 중 35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고 나머지 100억원은 인수단인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이 나눠서 인수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이 같은 날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410억원,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490억원 각각 떠안았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진행된 HDC현대산업개발 수요예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에 흥행 참패를 겪었다. 3000억원 목표치를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매수주문은 110억원에 그쳤다. 이에 산업은행은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 미매각 물량 700억원을 인수했고 나머지는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이 나눠 인수했다. 이외 현대일렉트릭, 한화건설 등의 수요예측 실패로 산업은행과 인수단에 속한 증권사들이 물량을 떠안은 바 있다.

공모채 미달분을 떠안은 금융사는 리테일 시장에서 셀다운(재매각)을 진행한다. 그러나 시장 반응이 냉랭해 셀다운 마저 용이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 익스포저 관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 자금난, 은행·신보에 부담


기업 인수합병(M&A) 실패 등으로 은행들의 대규모 자금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노딜(인수무산)은 산업은행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실제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수시평가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BBB-로 유지하고, 워치리스트(하향검토대상)에 등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BB+등급으로 하락하게 될 경우 크로스디폴트(회사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 위기에 놓인다. 이에 산업은행은 또 2조5000억원대의 지원을 예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산은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펀더멘털 약화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의 부채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콤 체크시스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산업은행의 채권 순발행 규모는 17조748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채권 순발행은 마이너스였던 상황과 대조된다.

유동화 회사보증(P-CBO), 특수목적기구(SPV)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19 피해기업 및 주력산업 등에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신보), 한국은행의 어깨도 무겁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