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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전지사업 분사 오늘 확정… 물적분할 후 상장 추진

LG화학이 지분 100% 소유
자회사로 두는 방식 유력
IPO 통해 자금조달 나설듯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고성장 분할 후 기업가치 더 올라갈것"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며 전사의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하고 17일 이사회에서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이미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결정을 유보했다. 지난 2·4분기 실적발표에서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배터리 사업 분사와 관련해 사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며 분할설이 재차 힘을 받았다.

분사는 LG화학에서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이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 유력하다. 앞서 금융투자업계도 LG화학이 전기차(EV)용 이차전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소형전지를 포함한 전지사업 전체를 분할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LG화학이 지분을 보유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향후 상장이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올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화학은 분할 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의 투자 확대로 차입금이 과거 대비 증가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 2018~2019년 연평균 설비투자는 5조4000억원으로, 2015~2017년 평균 1조8000억원 대비 큰 폭 증가했다. 올해도 석유화학부문 1조8000억원, 전지부분 투자 3조원 등 6조원을 상회하는 설비투자가 예상된다. 영업현금창출 규모를 상회하는 설비투자로 차입금이 빠르게 증가해 지난 1·4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지사업부 분할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할 경우 경쟁사와 직접적인 가치 비교를 통한 전사적인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 또 IPO에 따른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를 안정화 해 경쟁사 대비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도 "그간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던 배터리 사업에서 본격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분사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분할을 위한 시장 환경은 무르익었단 평가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은 지난 2·4분기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흑자전환과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누적 점유율은 24.6%를 기록해 글로벌 1위에 올랐다. LG화학은 또 오는 2024년까지 전지사업부문에서만 30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중 전기차 배터리가 20조원 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고성장하며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도 구조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배터리 사업부 실적과 성장성 등을 고려하면 분할에 나서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본다. 분할 후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화학의 주가는 전일대비 5.37%(3만9000원) 하락한 6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분할 이후 전지 부문의 IPO까지 고려되며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상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대한 영향은 이사회 이후 구체적인 일정 등이 확인돼야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시점에서는 전지사업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PO를 추진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서 "또 그동안 가려졌던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숨겨진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jk@fnnews.com 김미정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