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루이스 다트넬/흐름출판
인류는 판들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당연한 말이다. 인류는 스스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소수의 지도자와 집단의 대이동 그리고 결정적인 전쟁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행성, 지구 자체다. 과연 인류의 역사는 오롯이 인류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일까. 지구는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 영국 우주국의 과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의구심을 출발점으로 삼아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수십억 년 전의 지구의 과거로부터 인류의 궁극적인 기원에 대해 들려준다. 판의 활동과 기후 변화, 대기 순환과 해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져왔다. 최초 하나의 대륙을 조각낸 지질학적 힘들은 동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진화를 이끌었다. 인류의 다재다능함과 지능은 지구의 자연환경을 만들어낸 우주의 주기가 낳은 산물이다.
저자는 그리스의 독특한 산악 지형이 민주주의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오늘날 미국인의 투표 패턴이 먼 옛날의 해저 지형을 따라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히말라야 산맥은 지구의 궤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빙하기의 종식은 영국 제도의 생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통해 과학이 역사가 되고, 역사가 과학이 되는 광대한 연결망을 깨닫게 한다. 지구라는 행성과 그 안의 작디 작은 인류가 만들어낸 앙상블에 대해 이야기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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