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뉴욕 윙드풋GC에서 열린 US오픈 1라운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언더파 스코어가 속출했다. 이날 4타를 줄여 공동 2위에 자리한 매슈 울프가 15번홀 그린 뒷편에 세워진 리더보드를 배경으로 퍼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AP
[파이낸셜뉴스]“미스 윙드풋은 화려한 드레스나 특별한 보석없이 그냥 세수하고 소박한 드레스만 입고 파티에 가도 아름답다.”
1929년 윙드풋에서 처음 열린 US오픈 때 한 기자의 질문에 설계자인 A.W. 틸링하스트가 한 답이다. 윙드풋의 그린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다. 하지만 틸링하스트의 견해에 동의하는 골퍼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 난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윙드풋GC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그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US오픈도 오버파 스코어 우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것은 윙드풋에서 5차례 치른 US오픈 결과로 충분히 입증된다. 앞선 5차례 대회서 나흘간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딱 2명뿐이었다. 1974년 대회 우승 스코어는 7오버파, 가장 최근인 2006년 대회서 우승한 제프 오길비(호주)의 우승 스코어도 합계 5오버파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세계에서 어렵기로 1, 2위를 다투는 코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8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1라운드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무려 21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제출했다. 세계랭킹 3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5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윙드풋GC에서 열린 US오픈 역대 최소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84년 대회 때 퍼지 죌러가 기록한 66타다. 4언더파를 친 선수도 3명이다.
대회 1라운드서 출전 선수 144명이 기록한 버디수는 자그만치 374개나 됐다. 가장 버디가 많이 나온 홀은 9번홀(파4)으로 56개였다. 이글도 5개나 나왔다. 홀인원은 7번홀에서만 2개가 나왔다. 7번홀에서 대회 1호 홀인원을 앞세워 4타를 줄인 패트릭 리드(미국)는 "이렇게 언더파가 많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랬다. 3타를 줄여 공동 5위에 자리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어려운 코스이긴 하지만 그래도 똑바로 치면 낮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개막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주 윙드풋GC. /사진=/뉴시스·AP
예상과 달리 언더파 스코어가 속출한 가장 큰 원인은 윙드풋의 간판인 '그린'에 있었다. US오픈 그린은 전통적으로 빠르고 콘트리트처럼 딱딱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그린이 예상보다 소프트한데다 핀 위치도 비교적 수월했다. 웹 심슨(미국)은 "그린이 생각 이상으로 부드러웠다"고 했고 조던 스피스(미국)는 "전반적으로 핀이 쉬운 지점에 꽂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윙드풋의 몽니'가 없을 것이라고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스피스는 "아마 핀 위치가 더 어려운 곳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라운드가 거듭할수록 그린은 더 단단해지고 러프는 더 질기고 길어질 것이다. 틸링하스트의 '날개 달린 발(윙드풋)'에 대한 표현이 단순한 레토릭인지, 패러독스인지는 사흘 뒤면 판가름 날 것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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