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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모빌리티 '타다' 빠졌는데…유니콘 앞둔 '쏘카'의 아이러니

혁신 모빌리티 '타다' 빠졌는데…유니콘 앞둔 '쏘카'의 아이러니
박재욱 쏘카 대표(오른쪽)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 뉴스1


혁신 모빌리티 '타다' 빠졌는데…유니콘 앞둔 '쏘카'의 아이러니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된 모습. (뉴스1 DB) 2020.3.11/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이용자들의 열광 속에 모빌리티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타다 베이직'은 지난 4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시동이 꺼졌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했고 쏘카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앤씨(VCNC, 쏘카의 100% 자회사)는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몸집을 줄였다.

풍전등화 같았던 쏘카가 '500억원 투자유치 추진'이라는 카드를 들고 더 큰 부활을 예고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쏘카는 12번째 토종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이 된다.

◇"이렇게나 잘나가는데…타다는 왜 접었어?"

타다 베이직은 종료됐지만 VCNC는 고급형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과 공항 이동예약 서비스 '타다 에어' 등으로 타다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몸집을 줄였을 뿐 신사업에 대한 도전도 진행형이다.

회사는 지난 6월 타다 베이직 운행에 쓰였던 11인승 승합차 '카니발' 일부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접 판매하며 중고차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오는 4분기에는 통합 대리운전 서비스 '타다 대리'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쯤되면 꾸준한 사업 확장을 이어가는 VCNC는 '왜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타다 금지법'이라 불린 여객자동차운수법개정안이 지난 3월 통과되면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9월 전까지 베이직을 운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타다금지법 통과 직후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선택했다. 막혀버린 투자길과 누적된 적자가 주된 이유였다. 박재욱 대표는 "수백억원의 적자는 치명상이 됐다.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은 정부와 국회를 신뢰할 수 없다며 투자를 지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털어놨다.

관련 업계는 경영진 입장에서 '불법' 취급을 받는 사업을 버틴다는 것이 무리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타다가 존재 이유로 '모빌리티 혁신'을 꼽아왔다"며 "혁신이 막혀버린 현실에 '서비스 종료'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국에"…쏘카는 어떻게 'K-유니콘'을 앞두고 있을까

타다는 쏘카의 100% 자회사지만, 두 회사는 다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쏘카는 지난 2011년 관광 도시인 제주도의 '차량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다. 타다가 '이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쏘카는 '공유'에 중심이 쏠려있다.

쏘카의 투자 유치는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회사는 타다 이슈로 시끄러웠던 지난 2월에도 LB프라이빗에쿼티(PE)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1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올해만 1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쏘카의 누적투자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쏘카에 투자가 이어지는 것은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쏘카와 브이씨앤씨가 가진 데이터와 플랫폼, 기술력 덕분이다.

쏘카는 서비스 9년만인 올해 이용자 수 600만명을 돌파했고, 타다 누적 가입자수는 170만명에 달한다. 두 회사가 가진 이용자 데이터와 더불어 '쏘카존'(쏘카 대여·반납공간)과 같은 자체 인프라,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자율주행 셔틀에서 볼 수 있는 기술력 등은 이들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보다 대면 접촉이 적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쏘카 이용자가 우상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공유 자동차 기간제 대여 서비스 '쏘카플랜'은 출시 6개월만인 지난 4월 누적계약 1000건을 돌파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회사는 지난해 차량 구독 서비스 '쏘카패스'를 선보인 데 이어 법인 전용 서비스 '쏘카 비즈니스' 등의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편 마무리 단계에 놓인 이번 투자에는 국내 증권사 한곳이 참여했으며 쏘카는 1조3000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쏘카 측은 "구체적인 투자자 내역 등은 밝힐 수 없으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